사직 전공의, 병원 떠나 의료AI기업 간다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의대생들이 대거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유망 영역으로 떠오른 데다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면서 병원이 아닌 기업 취업을 시도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이엘케이, 뷰노, 에이아이트릭스, 탈로스 등 국내 주요 의료AI 업체들은 사직 전공의, 휴학 의대생을 연이어 채용했다. 의료AI 개발부터 단순 데이터 분류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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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국내 1호 의료AI 상장기업인 제이엘케이는 4명, 뷰노는 3명의 사직 전공의를 채용했다. 에이아이트릭스는 5명이 넘는 휴학 의대생을 인턴으로 뽑았다. 탈로스는 공대 출신 사직 전공의 3명을 뽑아 의료AI 개발 업무에 투입했다. 이밖에 복수 의료AI 기업 역시 내년 사직 전공의나 휴학 의대생 인턴 채용을 검토 중이다.

현재 채용된 인원은 대부분 정직원이 아닌 파트타임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다. 의료AI 업체가 단기 프로젝트를 위해 채용하거나 사직 전공의, 휴학 의대생이 직접 요청해 일부 시간만 근무토록 계약했다. 업무는 데이터 분류나 정리 등 단순 업무부터 AI 알고리즘 개발 등 전문 R&D 영역까지 다양하다.

현재 사직 전공의 절반이 일자리를 찾고 있거나 쉬고 있으며, 전국 의대생 90% 이상이 휴학한 상태다. 일자리를 찾는 이들에게 의료AI 기업 인기는 높은 편이다.

의료AI는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가장 유망한 영역으로 떠올랐다. 사직 전공의나 휴학 의대생 대부분 20대인 만큼 어릴 적부터 IT에 익숙하고, 같은 의료 도메인이라 거부감이 덜하다. 특히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Z세대 특성상 병원보다는 기업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은 뒤 진로를 결정하고자 하는 의지도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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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의료AI 기업별 사직 전공의·의대 휴학생 채용 현황

이 같은 배경으로 사직 전공의나 휴학 의대생이 적극적으로 채용을 요청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분석이다.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각종 학회나 행사를 가면 사직 전공의들이 채용 계획을 묻는 경우도 많고, 다양한 채용 사이트를 통해 회사에 직접 본인을 뽑아달라고 먼저 어필한다”고 말했다.

의료AI 기업 인기는 높지만 이들 채용이 대대적으로 확산될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직 전공의나 휴학 의대생 대부분 임상 경험은 물론 AI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활용 폭이 제한적이다. 취업한 사직 전공의 상당수가 기업으로 진로를 옮기기보다는 경험이나 커리어를 쌓기 위해 거쳐 가는목적이 큰 만큼 언제 병원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도 기업체에선 부담이다.

한 의료AI 업체 대표는 “의료AI업체도 의사 출신 임원이 많다 보니 후배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채용 후 다양한 경험을 쌓게 도와주고 있다”면서 “임상 경험이 있는 의료인을 채용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지속적 근속 가능성 등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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