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의 유종이 다변화되고 대여 절차가 간소화된다.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제품 생산·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정유업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5일 충남 서산에 있는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을 방문해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 현장을 점검하고 업계와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이런 내용의 비축유 제도 개선 방안을 밝혔다.
비축유는 정부가 확보·저장해 놓은 원유·석유제품이다. 석유공사는 국제석유 위기 발생으로 비축유 반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 유가급등 추세가 지속될 때, 정제시설 고도화 및 소비패턴의 변화 등으로 유종 교체가 필요한 경우 등에 비축유를 방출한다.
정유사는 기상악화 등으로 원유를 제때 조달받지 못해도 공정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비축유를 대여해 사용하는데 중질유 일변도 유종과 긴 대여 절차가 개선사항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산업부는 정유사별 사용 유종을 고려해 기존 중질유 중심에서 경질유 등으로 비축유종을 다변화하고, 기업 필요시 비축유를 신속히 제공할 수 있도록 비축유 대여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질유를 투입하는 정유 공정이 늘어남에 따라 비축유 포트폴리오도 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이와 함께 비축유 대여까지 일주일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2~3일 수준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제반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비축유 제도 개선으로 우리 기업의 석유제품 수출 대응력도 한층 제고될 전망이다.
이날 박 차관이 방문한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11월 마지막 주 기상악화로 인해 제품 운반선 5척과 원유도입선 3척의 입항이 지연되면서 수출·생산에 일부 차질이 발생했다. 같은 항만을 이용하는 HD현대케미칼의 경우에도 5척의 제품운반선 선적 지연이 11월 수출 감소로 연결된 바 있다.
한편 이날 박 차관은 최근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생산 현장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원료비 절감·산단 내 기업 간 협력 강화·고부가 스페셜티 분야로의 사업재편 등 위기 극복 방안을 놓고 기업과 의견을 교환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11월 석유제품(37억 달러, △18.7%)·석유화학(36억 달러, △5.6%) 수출은 유가에 영향을 받는 수출단가 하락으로 인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박 차관은 “우리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이 유가에 연동되는 제품가격 하락, 기상악화 등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인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석유제품·석유화학 업계가 수출에 매진해 수출물량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