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8년까지 국가 전원 계획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연내 확정·시행하려면 국회 보고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오히려 국회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제11차 전기본 국회 보고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가 협상하고 있으나 아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연내 보고 성사 여부 등도 지금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기본은 장기 전력 수급 예측을 기반으로 전원을 구성하는 국가 계획이다. 지난 5월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11차 전기본 초안을 발표했고 이후 산업부는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등과 협의를 거쳐 마련했다. 이어 지난 9월 공청회를 통해 전기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필요 절차를 마쳤다.
확정·실행에 필요한 절차는 국회 보고와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만 남았다. 심의는 요식행위로 국회 보고가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그러나 9월 이후 약 두달간 산중위는 보고 일정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의 합의 시도가 번번이 무위에 그쳤다.
야당이 신규 원전 계획이 담긴 정부안을 비우호적으로 바라보는 데다 예산 정국에서 전기본을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셈법까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1차 전기본의 연내 확정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송전망 확충 지연 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11차 송·변전 설비계획의 확정, 이행도 덩달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변전 설비계획은 장기 송전망 확충 투자 계획으로 전기본에 따라 투자비를 산정, 이행한다.
일각에선 국회 보고 절차 간소화 등 전기본 실행 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가 주요 정쟁의 대상으로 부상하면서 국회 보고 절차 자체가 소모적 논란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게 근거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는 “전기본은 특정 정당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일방적으로 반영해 수립하는 계획 아니다”라면서 “전기본에서 전원 계획을 제외하거나 국회 보고 절차를 서면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간소화해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