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금융보호국엔 “없어라”
차기 정부가 신설하는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적 기관과 직책, 심지어 일부 공무원의 신원까지 언급하며 '가짜 일자리'라고 비난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머스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 옛 트위터)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공유하며 “CFPB를 없애라. 중복되는 규제 기관들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메사추세츠주)의 제안으로 설립된 기관인 CFPB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설립된 은행 및 기타 금융 기관 감시 기관으로 소비자 보호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1700여 명의 직원이 소속돼 있으며 연간 예산 7억 달러가 편성돼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머스크가 오랫동안 공화당과 기업 옹호 단체들의 표적이 된 규제 기관을 직접적으로 지목함으로써 이 기관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차기 정부에서 폐지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앞서 그가 “가짜 일자리가 너무 많다”며 일부 공무원의 신원을 무단으로 공개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그는 지난주 기후 관련 공직자 4명의 이름과 직책을 담은 게시글 2건을 자신의 X 계정에 공유했다. 저소득 국가의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와 에너지부, 보건복지부, 주택도시개발부(HUD) 등의 기후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다.
해당 게시글은 수천만 회 이상 조회됐으며, 일부 네티즌들은 '좌표'가 찍힌 공무원의 계정으로 몰려가 악플을 달기도 했다. 좌표가 찍힌 한 명은 결국 SNS 계정을 삭제했다.
CNN은 “연방 직원 일부는 머스크에게 찍혀 삶이 영원히 바뀔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다른 이들은 머스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이 직장에서 그들을 몰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공개 저격은 연방 직원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보인다. 미국 공무원 80만 명 이상이 가입한 공무원 연합 회장 에버렛 켈리는 “그들(공무원들)이 말하기 두렵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머스크가 자신의 사업에 방해가 되는 이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일했던 메리 “미시” 커밍스 조지 메이슨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일자리를 관두도록 위협하거나 기관에 '다음은 너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그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NHTSA 재직 당시 테슬라를 비판한 바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