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규제 만능주의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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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어느 곳에 자리매김할 것인가는 윤리적 상상력에 달린 문제다. ”

최근 만난 한 학자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이 사회에 스며들며 윤리적 상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사회를 만들지에 대한 결정은 단순히 기술이나 과학적 발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윤리적 가치와 책임을 어떻게 상상하고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올 한 해 정부는 윤리보다는 규제에 집중해 왔다. 특히 플랫폼 업계 내 규제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대규모 유통업법의 확대 적용, 리걸테크 진흥법, 닥터나우 방지법 등 다양한 분야 내 규제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그러나 규제만으로는 사회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윤리적 가치나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규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 10년간 에어비앤비가 금지됐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오히려 주택난과 오버투어리즘이 심화됐다. 임대료는 70%가량 치솟았고 평균 주택 가격 역시 60%가량 증가했다. 빈집 문제도 야기됐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호텔 가격은 60% 이상 급등했다.

규제가 자율 경쟁을 저해하고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구성원이 떠안게 된다. 규제 만능주의는 위험하다. 규제가 윤리와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와 관점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 정부, 학계, 시민 사회 등 사회 구성원 간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문제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 기관 등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윤리 교육을 강화해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힘도 키워야 한다.

규제의 궁극적 목표는 '구속력'이 아닌 '공익'이다. 규제를 위한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윤리적 상상력과의 협력 지점을 모색해야 한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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