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이 어려운 이유는 재능의 여부가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재능만능론’을 외치며 노력은 쓸모없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최선의 노력을 해야함은 당연한 전제다.
다만, 대중의 기호를 파악하는 센스나 최신 트렌드를 읽는 안목, 각각의 가수에 맞는 음악을 입히는 역량 등은 단순히 노력만으로 넘어서기 어려운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가혹한 이야기지만, 음악의 길에 도전했다가 그 재능의 벽에 부딪혀 좌절을 맛보거나 진로를 변경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선천적으로 그런 감각을 타고난 음악가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부류를 흔히 ‘천재’라고 부르곤 한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지코도 이런 천재형 아티스트로 불릴만하다.
프로듀서로서 숱한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대중성과 트렌드를 파악하는 센스를 증명했고,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경계가 심한 힙합 신에서 아이돌 출신임에도 랩 실력을 공인받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컬도 은근히 수준급이다.
그런 지코의 재능을 오롯이 담아낸 콘서트가 지난 23일과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JOIN THE PARADE(조인 더 퍼레이드)’라는 콘서트 타이틀은 솔로 데뷔 10주년을 맞아 팬들과 함께하는 행진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그 의미처럼 이날의 콘서트는 지난 10년간 선보여왔던 지코의 솔로곡을 차근차근 되짚어보는 느낌이 강했다.
일단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프로듀서이자, 국내에서 손꼽히는 래퍼로 군림하는 지코답게 무대는 흠잡을 곳 없이 매끈했다.
특히 각종 페스티벌을 통해 입증된 지코의 무대 장악력은 이날 콘서트의 분위기를 한층더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24일 콘서트에서는 깜짝 이벤트도 있었다. 이날 다섯 번째 곡이었던 ‘SPOT!(스폿!)’의 무대에 피처링에 참여했던 제니가 직접 등장해 듀엣을 펼친 것이다.
지코와 제니가 ‘SPOT!’을 라이브로 선보인 것은 이날이 처음으로, 지코 역시 “시상식에서도 하지 않은 무대를 여러분은 보신 것이다”라며 뿌듯해했다.
(※여담으로 지코는 이날 제니의 출연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이 말이 사실인지 콘서트 후 스태프에게 확인하자, 실제로 현장의 스태프들 역시 제니의 출연을 콘서트가 시작된 이후에야 알았다고 했다. 지코가 정말로 모르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제니의 출연 자체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또 지코의 실제 친구이기도 한 도경수가 게스트로 출연해 힘을 보탰고, 블락비의 멤버들도 직접 현장을 찾아 지코를 응원해, 이날 콘서트를 한층 더 빛내주었다.
약 150분 간 숱한 히트곡 퍼레이드를 선보인 지코는 솔로 데뷔곡인 ‘Tough Cookie(터프 쿠키)’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6년 만의 단독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이날 콘서트를 총평하자면, ‘지코라는 재능’이 지난 10년간 보여주었던 천재성을 150분으로 압축한 시간이라 부를만 하다.
앞서 말했듯이 지코는 단순히 많은 히트곡을 배출한 것을 넘어 힙합, 재즈, 스윙, 블루스, 발라드, 팝,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완벽히 소화하는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밴드 세션으로 재편곡된 지코의 곡은 이와 같은 다양한 장르를 가미해 그의 폭넓은 장르 소화력을 방증하기도 했다.
물론 지코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다른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코 스스로 자신의 음악에 확고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지코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쇼미더머니’ 프로듀서로 나선 시즌에 내 팀의 참가자가 모두 결승에 올랐다. 나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있다고 본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물론 그것을 충분히 발휘해 줄 수 있는 대단한 참가자들을 만난 것은 나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 음악에 자신감이 있다. 정확히는 자신감보다 만족이 있다. 만족이 될 때까지 수정을 한다”라고 답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당시 기자는 지코에게 ‘연예인을 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지코는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았다고 치고 상상을 해봤을 때, 다른 일을 하는 예시가 떠오른 적이 없었던 거 같다”라고 답했다.
그 말처럼 이날의 콘서트는 정말로 음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지코의 모습이 전혀 상상할 수 없게 만든 시간이었다.
지코라는 음악가를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