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60여만대에서 나오는 폐배터리 분쇄물을 '폐기물' 아닌 '원료제품'으로 분류한다. 재활용원료 사용을 의무화한 유럽연합(EU) 배터리법 등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에 대응해 리튬, 코발트 등 각종 고부가가치 핵심광물 재사용을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한다는 취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9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현장 규제 불편 해소방안'을 확정했다.
국내 누적 등록 59만1597대(2024년 5월 기준)에 달하는 전기차에 포함된 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등 각종 희소금속이 포함됐다. 그러나 업계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해 이를 분쇄한 '블랙파우더'는 폐기물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재활용이 쉽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앞으로는 △양극재·전해질·음극재 분리·회수 △결합재·전해액에 포함된 유기용매 제거 등 일정한 처리 기준을 충족한 블랙파우더는 원료제품으로 인정하고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한다. 관련 업계가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희소금속 확보가 손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글로벌 주요국은 배터리 재활용 정책을 강화하며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EU의 경우 작년 8월 '배터리법'을 발효하며 2031년부터 코발트 16%, 납 85%, 리튬·니켈 6% 이상 배터리 재활용원료 사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정병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희소금속을 확보함으로써 EU 등 재생원료 활용 의무화 규제 방향에 선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