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역대급 저평가 속…새내기주 기업가치 고평가 우려 이어져
신규 상장 기업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면서 대어급 기업이 연이어 상장 일정을 미루고 있다. 공모주 시장의 부진 속에 신규 상장 추진 기업의 상장 철회가 잇따르고 있다.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하겠다는 접근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첫 공모 철회 기업인 케이뱅크 뒤를 이어 씨케이솔루션은 공모 구조를 재설계해 내년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2년만의 상장 재도전에 나선 서울보증보험도 증권신고서 제출 기한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케이뱅크와 씨케이솔루션은 수요예측 부진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이차전지 공조기기 제조업체 씨케이솔루션의 경우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예상한 기업가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공모에 나섰음에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미트박스글로벌과 동방메디컬도 이달 들어 상장을 철회했다.
신규 상장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인식은 이미 시장에서 파다하게 번진 분위기다. 여기에 국내 증시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모주 투자심리는 빠르게 식고 있다.
실제 상장 첫 날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하는 현상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이달 신규 상장 기업 16개 가운데 총 10개 기업이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됐다. 지난 10월까지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공모가가 시초가보다 낮게 형성된 사례는 7건 뿐이다.
이렇다 보니 공모 절차를 중단한 기업은 물론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도 올해 이후로 상장 시점을 저울질 하는 분위기다.
상장 예비심사 효력이 유지되는 6개월 동안 시장이 살아나기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LG CNS, DN솔루션,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대어급 기업의 IPO가 몰린 내년 1~2월 안팎으로 공모 철회를 결정한 기업의 재도전도 잇따를 예정이다.
IPO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코스피가 저평가된 국면에서도 공모가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간 코스닥을 중심으로 신규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연일 하락했기 때문”이라면서 “대어급 기업이 적절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증시에서 순항하는 모습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공모주 시장이 불붙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