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애플은 음성인식 시리에 챗GPT를 접목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애플 인텔리전스'를 정식 출시하면서 사용자의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메일 답장을 작성해 주고, 명령을 내리면 빠르게 찾아주고 알아서 정리까지 해 준다.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AI 챗봇 수준을 넘어 스스로 검색해 업무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등 직장 동료·비서처럼 인간과 교감·공생하는 영화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아니 사실은 우리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에서 '시리야' '빅스비야'라고 부르는 그 음성 비서가 바로 초기 에이전트 형태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직접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거대언어모델(LLM) 챗봇과 달리 사용자를 대신해 스스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의사 결정을 내린다. 또 주어진 환경과 여건에 지능적으로 상호작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향후 인간 노동을 대체해 업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AI 에이전트 시장 성장 가능성 무궁
대화형 AI는 사용자 질문에 답변만 생성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인간·AI 상호작용을 향상해 일상생활과 업무에 더 깊이 통합할 수 있다.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학습해 분석하고, 스스로 계획을 수립해 사람 개입없이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행동·실행하는 기술이 AI 에이전트 핵심이다.
개인 일상에서 AI 에이전트는 스케줄 관리, 건강 모니터링, 개인화된 학습 지원 등으로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또 의료 분야에서 정확한 진단과 개인화된 치료 계획 수립을 지원하며, 금융 분야는 리스크 분석과 투자 전략 수립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업무분야 전반의 데이터 분석, 전략 수립,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 능력을 증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단순 반복적인 일은 AI 에게 맡기고 보다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혁신을 통해 고객 만족을 높이고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MS 창업자 빌게이츠는 “향후 5년 내 대부분 사람들이 AI 에이전트를 갖게 될 것이며 세상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개최된 '2025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전망콘퍼런스'에서 'AI 에이전트 확산'이 내년 ICT 10대 이슈로 선정됐다. MS, 구글, 오픈AI, 삼성전자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AI 에이전트 시장 선점과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AI 에이전트 시장은 2024년 51억달러(약 6조6800억원)에서 2030년 618억달러(약 83조4300억원)로 연평균 47.3% 성장할 전망이다.
◇ AI 에이전트 시대 대비와 글로벌 주도권 확보
AI 에이전트가 기업 서비스 혁신을 위한 새로운 핵심 동력으로써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돼가고 있다. 우리 삶·일터에 큰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기술·사회적 제도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AI에 의존하는 결정들이 잘못된 데이터·알고리즘에 기반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지속적인 논의와 연구개발(R&D), 신뢰성이 담보된 서비스 발굴도 중요하다. 아울러 시스템 보안을 강화하고, 사용자 정보를 보호하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또 AI 에이전트 개발·사용에 있어 윤리적 원칙을 수립하고 지키도록 유도하는 가이드라인 설정이 시급하다. AI 기술 이해와 사고 능력, 리터러시 교육 등도 필요하다. 일자리 대체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심화를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대안 마련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AI 에이전트 등장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런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활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AI 에이전트와 함께하는 미래가 더욱 효율적이고, 창의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이런 변화에 대한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다.
글 : 도승희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