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상자 '코카인 13톤' 밀매 연관
스페인 경찰이 공개한 바나나 컨테이너 사이 숨겨져 있던 코카인 13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에서 코카인 13톤이라는 초대형 마약 밀매가 덜미를 잡힌 가운데, 이에 가담한 경찰 고위 간부 자택에서 300억원에 달하는 현금 다발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스페인 EFP 통신은 현지 언론 '보즈포풀리'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6일 경찰청 경제재정범죄수사국(UDEF)의 오스카르 산체스 길 국장과 아내, 지역 경찰관 등 15명이 최근 발생한 대규모 코카인 밀매 사건과 관련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내무부 요원들은 마드리드에 있는 그의 자택 벽과 천장에서 2000만 유로(약 300억원)에 달하는 현금 다발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청 본부에 있는 그의 사무실 캐비닛 안에서 50~500유로 지폐로 나눠진 100만 유로(약 15억원)가 추가로 발견됐다.
산체스 국장은 과거 마약을 담당하는 부서 'UDYCO'에 있었다. 과거 동료들의 지지를 받으며 경찰 고위 간부까지 오른 그의 실상은 마약으로 벌어들인 돈을 세탁하고 범죄 조직에 경찰 내부 정부를 전달하는 범죄자였다.
지난달 14일 안달루시아 알헤시라스 항구에서 에콰도르산 바나나 컨테이너 사이 코카인 1만 3062kg이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거래 가격으로 약 6억 5900만 파운드(약 1조 18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당국에 따르면 스페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 밀매 사건이다.
마약 단속국이 코카인의 경로를 추적한 결과 해당 컨테이너는 발렌시아 알리칸테주의 한 과일 수입업체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거래는 수년간 이어졌으며, 산체스 국장은 적어도 5년 이상 마약 밀매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헤시라스 항구에서 컨테이너 가운데 실제 검사하는 화물은 단 2%에 불과하다. 소식통에 따르면 산체스 국장은 이 정보를 범죄 조직에 제공해 검사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현재 마약 밀매, 뇌물 수수, 돈세탁, 범죄 조직 가담 등의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현지 매체 엘 문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체포되기 전부터 동료 경찰은 그의 행적을 수상하게 여기고 전화를 도청하는 등 감시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