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포스코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두고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협상이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 노조 역시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단체행동 돌입을 시사, 사상 첫 파업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포스코는 아직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기본급 12만9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450만원(상품권 50만원 포함) 지급 △설·추석 귀향비 각각 20만원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 59.67%가 나오며 부결됐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앞서 임단협을 마무리한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잠정합의안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기본급 12만1526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 △기본급 11만7404원 인상 △상생격려금 370만원 등의 내용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한 만큼 기본급 15만원 이상 인상 등의 협상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20여차례의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이전보다 강도가 높은 단체행동을 전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코의 경우 기본급 인상 및 일시금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쟁의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등 단체행동 돌입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8.3% 인상 및 격려금 30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해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된 만큼 올해는 조합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압박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또 현 노조위원장이 압도적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해 동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만약 포스코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에 나서면 포스코 창립 이후 최초의 파업이 된다.
일각에서는 이견이 큰 만큼 양사의 임단협 교섭이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수주 실적을 경영실적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생산성이 중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내 조선업계에 관심을 드러내 향후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중국산 철강 유입 및 전방산업 부진 등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노조의 요구를 온전히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사 모두 원만한 임단협 마무리를 바라고 있다”면서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