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법인을 사칭해 수십억원대 보이스피싱 피해를 일으킨 일당이 경찰 수사 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짜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추가 피해를 확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 수성경찰서 포함 7개 수사기관이 해당 W경매법인 보이스피싱 사건 관련 운반책들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직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약 300만~400만원 월 급여를 제공한다며 취업정보 사이트에 공개된 구직자 이력서로 접근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부동산경매전문 회사이며, 실매물 주변상권 조사, 업무게약서 대행, 고객 지원업무 등의 현장 보호업무를 해 줄 사람을 구한다고 속였다.
구직자들은 네이버·구글 등 포털 사이트로 해당 법인명을 검색하자 정상적인 홈페이지와 광고 배너가 노출된다는 점, 홈페이지 하단의 사업자 등록번호를 조회 사이트에 검색해 보자 설립일이 지난 2010년으로 15년 가까이 존속한 점 등을 고려해 정상 회사라고 판단했다. 또한 경찰청을 통해 지원자 범죄이력을 조회한다며 구직자에게 마스킹된 신분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면접 과정이 메신저 상으로만 이뤄졌고, 지시받은 업무가 통상 알려진 보이스피싱 자금 운반책과 비슷하다고 의심이 들었다. 또한 업무 강도에 비해 급여가 너무 적고, 정상적인 업무 형태라 보기 어려워 한달여만에 일을 그만뒀다. 이후 사기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들을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보고 소환하면서 범죄에 개입된 사실을 깨달았다.
해당 W경매법인을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이 소유한 것인지, 다른 법인을 사칭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포털사이트 등에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증 사본 등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해당 조직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로 추정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와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개인 자격에서 할 수 있는 확인은 전부 했다는 입장이다. 정상 취업정보사이트를 통해 연락이 왔고, 대형 포털사이트로 이어지는 홈페이지와 정상 사업자등록번호를 달고 활동했기에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W경매법인은 이달에도 여러 플랫폼에 신규 사업자 등록을 하며 운반책을 모집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와이엔씨 정상은 변호사는 “피의자는 만 19세에 불과해 사회 경험이 없었고, 부동산경매전문회사라고 소개한 성명불상자가 불법적인 일이라고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며 “더욱 교묘해진 방법을 사용하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조직에 속아서 수 차례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일이라고 의심하지 못한 채,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이용당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