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초거대 AI 모델 시대: 변화와 주목해야 할 기회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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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상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한국 사회와 산업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의 흐름 속에서 큰 기회와 함께 위협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초거대 AI 모델들은 제조, 금융, 물류, 의료, 교육, 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발전은 새로운 이슈들을 야기하는데,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AI 전문 인력의 확보는 물론, 프라이버시 침해, 일자리 대체, 사회적 윤리와 규제적 측면에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AI 인프라와 전문화된 인재 문제에 관해 생각해 보자. 초거대 AI 모델의 성공적 개발과 운영을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와 강력한 컴퓨팅 자원,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국은 AI 분야에서 어느 정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인프라 측면에서는 여전히 선진국과 격차가 존재한다. 초거대 AI 모델을 위한 인프라는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중소기업이나 공공 및 비영리 부문에서는 이러한 인프라에 접근하는 데 여전히 높은 장벽과 비용 부담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칸아카데미의 AI 튜터 서비스인 '칸미고' 운영을 위해 미국 내 AI 인프라를 무료 제공한 사례는 대기업과 정부가 공공 및 비영리 부문에 AI 인프라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또 중소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AI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최근 KT와 MS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협력한 사례는 이러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모델로 평가되며, 대규모 조직 간 협력을 통해 AI 인프라 접근성을 넓힐 필요가 있다.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은 정보 검색과 생성 과정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전통적 언어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해 답변을 생성하지만, RAG는 기존 데이터베이스 또는 파일들에 접근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RAG 기술은 교육, 의료, 공공 서비스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습자가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에 맞춘 정확한 답변을 실시간으로 검색해서 제공할 수 있다. 교사가 제공하거나 권장하는 교육 내용을 기반으로 학생이 답변을 얻을 수 있어, 맞춤형 학습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 증상에 맞는 최신 연구 결과나 치료법, 임상실험 결과 등을 신뢰할 수 있는 지식베이스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환자 이해를 돕고, 의료진 치료와 처방 과정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RAG 기술은 대부분의 조직이 제공하는 검색 기능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지식베이스를 보유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간의 격차를 부각시킬 것이다. 또 지식베이스의 구조와 설계 수준은 앞으로 조직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RAG 기술과 함께 AI 기반 사회로의 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기술 중 하나가 멀티모달 AI다. 멀티모달 AI는 이미지, 텍스트, 음성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기술로, 다양한 데이터 조합을 통해 많은 정보를 처리해서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다. 또 텍스트로 장황하게 맥락과 지시사항을 입력하던 프롬프트 작성 방식을 탈피해서 자연스러운 말과 영상으로 지시사항을 AI에게 제공함으로써, 더 편리하고 직관적 사용자 인터페이스 혁신을 이끌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음성 명령을 통해 특정 이미지를 검색하거나, 증강현실(AR) 장치를 사용해 실제 환경과 가상 정보를 통합해 시각화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인터페이스 발전은 사용자에게 직관적이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며, AI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멀티모달 AI는 스마트 제조와 교육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클 것이다. 스마트 제조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던 비전 기술을 넘어, 음향 방출, 소음,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멀티모달 AI로 종합적으로 판단함으로써 공정 효율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통제할 수 있다. 고숙련 노동자 지식과 경험을 멀티모달 AI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 지식베이스로 운영함으로써 전문인력 부족과 인력 양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 분야에서도 멀티모달 AI를 활용해 시청각 자료를 통합한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수행평가로 잘 알려진 과정중심평가는 기존 문제은행에 기반한 객관식 평가를 지양하고, 과목별로 다양한 학생 수행 활동을 기반으로 교사와 동료 평가가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평가 방식이다. 과정중심평가에서는 학생이 텍스트와 이미지는 물론 동영상 자료와 음성 설명을 결합해 자료를 제작할 수도 있기 때문에 멀티모달 AI 활용이 필수적이다.

한 스타트업에서 제공하는 과정중심평가 도구는 학생이 종이에 작성한 수행평가 내용을 광학문자인식(OCR) 기능을 이용해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한 후, AI가 1차적으로 평가하고 피드백 메시지를 생성한다. 교사는 이를 확인하고 보완해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동영상과 같은 수행평가 결과물도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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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학생이 손글씨로 작성한 수행평가지를 AI가 인식하고 자동으로 평가해 채점(안)을 제시하는 화면. (우) 학생이 수행한 수행평가에 대해 AI가 종합적 평가와 피드백을 생성하면, 교사가 확인하고 보완해 종합적 결과를 완성하는 예시 화면 (출처: https://clipo.ai )

디지털 평가 환경에서는 시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감독관(proctoring) 기술이 중요하다. 이 기술은 시험에 응시하는 동안 응시자 주변을 카메라로 식별하고 이상행동이 탐지되면 경고를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주로 비전 기술을 활용했다. 최근 온라인 평가 기술과 비전, 음성인식 기술을 멀티모달 AI로 통합 처리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의 한 스타트업이 이러한 멀티모달 AI 기술을 상용화해 해외 에듀테크 박람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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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수험자가 응시 과정에서 이용하는 장비와 행동을 AI가 자동으로 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장면. (우) 수험자가 응시 과정에서 이용하는 장비와 주변 소리를 AI가 자동으로 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장면. (출처: https://www.proctormatic.kr )

RAG와 멀티모달 AI가 특정 문제 해결과 데이터 통합을 통해 AI 기술 발전을 이끌어온 반면,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은 이러한 기술들을 넘어 더 포괄적이고 인간과 같은 일반 지능 수준을 목표로 한다. AGI는 특정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인간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AI 모델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현재 AI 모델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AGI는 이러한 작업들 간의 경계를 넘어, 상황에 맞게 학습하고 적응하며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능을 목표로 한다.

AGI 개발은 실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많은 기술적 도전도 뒤따른다. 현재의 AI 모델들이 직면한 데이터 및 컴퓨팅 자원 한계, 창의적 사고와 직관적 판단 구현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순 기술 발전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복합적 문제들로, 철학적, 인지과학적 이해와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AGI 시대가 도래하면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AI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된 기술로 인해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과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윤리적 문제 중 하나는 일자리 변화와 관련된 것이다. 많은 직업이 자동화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대규모 실업과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AGI는 개인정보 처리와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AGI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개인 데이터가 어떻게 이용될 것인지, 이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는 중요한 윤리적 과제로 부각된다.

한국도 이러한 AGI의 도전 과제에 대해 법적 및 정책적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한국의 AI 관련 법적 준비는 주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사용에 집중돼 있으며, AGI 등장이 가져올 복잡한 윤리적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미흡한 상황이다.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쳤다가는 치열한 AI 경쟁에서 다른 국가들과 기업들에 뒤처질 위험이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중요한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AG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촉진하고,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AGI를 실험해 볼 수 있도록 대기업과 공공 분야에 전문인력과 실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등 다각적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일자리 전환에 대한 지원, 프라이버시 보호, 투명한 AI 개발 및 운영 기준 설정 등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AG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계와 학계 협력 모델도 필수적이다. 정부, 민간, 학계 간 협력과 혁신을 촉진하는 AI 연구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한국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과 학계의 긴밀한 협력은 새로운 AI 기술의 개발과 실험적 활용을 촉진하고, 공공 분야에서 AI 적용 사례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이 AI 연구 생태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 지원도 필수적이다.

RAG와 멀티모달 AI는 현재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고려해야 할 AI 기술이고, AGI는 거시적으로 규제와 촉진이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단기적 조처와 장기적 대비가 잘 균형을 이룰 때 우리 사회는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기대 이상으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상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zzosang@gmail.com

〈필자〉공공, 민간, 학계를 두루 거친 AI와 디지털 기술 혁신 분야 전문가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 아이스크림에듀 부사장 겸 대표, 한국열린사이버대에서 디지털비즈니스학과장 겸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스타트업(데이터드리븐, 위키드스톰, 에딘트)을 위한 수석 아키텍트로 일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표준화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에듀테크, 전자문서, 문헌정보 분야에서 여러 워킹그룹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응용 연구를 수행하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분야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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