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수소탱크 '최후 보루' 안전밸브 성능평가장치 세계최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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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연구원 수소전기연구팀 고락길 팀장이 '액체수소 안전밸브 성능 평가 장치'를 개발했다.

액체수소 확보의 어려움으로 정작 액체수소탱크 안전을 책임지는 부품 성능평가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김남균) 수소전기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해결했다.

다가오는 11월 2일 '수소의 날'을 앞두고 나온 의미 있는 성과로 관련 업계에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수소를 액화하기 위해서는 -253℃의 극저온 냉각 기술이 필요하다. 절대영도 0K가 약 -273℃이니 액체수소탱크는 항상 20K의 초저온을 유지해야 한다.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도 액체수소가 증발하면서 기체로 변한다. 수소는 액체 상태일 때 부피가 기체보다 800배 작아져 운반에 유리하다.

만에 하나 액체수소탱크 관리에 문제가 생겨 증발량이 많아지면 내부 압력 증가에 따라 폭발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안전밸브'다. 안전밸브는 탱크 내부 압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화된 수소를 자동으로 방출해 압력을 다시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로 액체수소탱크를 연구하는 기업조차 액체수소 확보가 어려워 대체제로 안전밸브 성능 평가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주로 대신 사용되는 액체질소는 액화 온도가 약 -196℃로 높다. 최근에는 불활성 가스로 폭발 위험이 없는 헬륨을 액화해 쓰기도 한다. 다만 액체헬륨은 수소보다 낮은 약 -269℃에서 액화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3년 전 기화되는 액체수소를 극저온 냉각해 다시 100% 재응축하는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 기술을 개발한 연구원은 이를 고압유지탱크에 적용하고 미세한 열 제어로 원하는 만큼 기화시켜 안전밸브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3톤 규모 액체수소탱크 안전밸브 성능을 평가할 수 있으며 이동형으로 제작해 편의성도 높다.

연구원은 추가 실험을 통해 더 큰 압력과 수소 규모를 감당할 수 있도록 개발 장치 성능을 높여 향후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한국가스공사 등 공인 인증기관 안전밸브 성능 평가에 장치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해 수용할 예정이다.

고락길 KERI 수소전기연구팀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조차 실제 액체수소 환경에서 안전밸브 성능 평가를 제대로 진행하고 있지 않아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좁은 장소에서도 간편하고 안전하게 액체수소를 생산하고 안전밸브까지 한 번에 평가할 수 있는 우리 개발 장치를 통해 국내 수소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