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도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이 대표는 보수 원로 책사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났다. 윤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윤 전 장관과 만났다. 이번 오찬 회동은 이 대표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 성공 이후 이른바 '우클릭'을 이어가고 있다.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언급하며 성장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민주·진보계열 정당은 줄곧 분배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이 대표는 외연 확장을 위해 성장을 통한 경제 위기 극복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를 위해 AI(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을 진흥을 언급한 상황이다.
이날 윤 전 장관을 만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여론전을 위해 내달 2일부터 시작되는 장외투쟁을 통한 대정부 강경 투쟁을 이어감과 동시에 중도·보수·실용 노선을 끌어안으려는 포석이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이 대표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전 장관은 “국제정세나 국내상황이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야 곤란하다”면서 “민생이 국정의 기본인데 지금 정부가 그렇게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이 대표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윤 전 장관은 “국민적 역량을 다 모아도 어려운 상황인데 국민 신뢰도가 낮으니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일 것 같은데 배포가 큰 양반이라 그런가 신경 안 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정은 길을 만드는 것이고 여야가 힘을 합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경젱을 해야 하는데 죽고 사는식으로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된 분들이 권력 잡아서 그런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이렇게 적대적으로 가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윤 전 장관께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만나야 한다. 어렵겠지만 한 대표와 자주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