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통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지분율 희석 및 의결권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30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 결과 및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 사항 등을 보고하고 부의안건으로서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추후 청약 공고를 시작으로 일반공모 증자를 실시한다. 총 모집주식 수는 373만 2650주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대상 자기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수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1주당 모집 가액은 67만원으로, 청약일 전 3~5거래일의 가중 산술 평균 주가인 기준 주가에서 할인율 30%가 적용됐다. 자금 조달 목적은 채무상환자금 2조 3000억원, 시설자금 1350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658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고려아연은 우선 이번 총 모집주식 중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며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방침이다.
MBK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43%를 확보했고 의결권 싸움에서도 최 회장 측을 조금 앞서고 있다. 고려아연이 이번 일반공모 증자를 성공할 경우 지분 희석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어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물량이 20%를 통해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고려아연은 △소유분산구조와 주주기반 확대 등을 통한 국민주로서 자리매김 △거래량 축소로 인한 상장폐지 리스크 해소 및 주식 유동성 증대를 통한 주가 불안정성 해소와 주주보호 △MSCI Korea 지수 편출 리스크 축소 △자금조달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 강화 및 재무구조 안정화에 기여 △우리사주 배정을 통한 임직원 복리 및 노사협력 증진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고려아연은 이번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적극 진행하고 일부는 차입금 상환에도 사용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이 추진해온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은 고려아연의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국민을 상대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M&A와 이로 인한 기술유출, 나아가 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하여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임직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 보호함으로써,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MBK와 영풍은 “최 회장은 고금리 차입금으로 주당 89만원에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입혀 놓고선 그 재무적 피해를 이제는 국민의 돈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면서 “이번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최 회장 및 이사진들에게 끝까지 그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