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밀렵으로 멸종위기에 몰렸던 반달가슴곰이 복원사업 20년만에 생존 개체 수가 5마리에서 80여마리로 확대됐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20주년을 맞아 28일 전남 구례 지리산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을 찾아 증식·복원을 넘어 인간과 공존을 모색하는 반달가슴곰 생태학습 현장을 취재했다.
설악산에 있던 반달가슴곰은 1983년 밀렵에 의해 폐사했다. 지리산에는 1996년 약 5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1998년 반달가슴곰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하고, 국립공원공단은 2002년 반달가슴곰관리팀을 발족했다. 2004년 10월 러시아 연해주 반달가슴곰 6마리 도입해 자연적응훈련 후 방사하며 복원 사업에 돌입했다.
2009년 야생 상태에서 반달가슴곰은 암컷, 수컷 각각 한 마리 씩 첫 출산에 성공한 이래 매년 야생에서 새끼 출산이 확인돼 개체수가 꾸준히 증가했고 현재 4세대까지 등장했다. 2018년에는 야생생물보전원 의료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반달가슴곰 인공수정에 성공했다. 유전자 분석기술을 활용해 131개체로 반달가슴곰 가계도를 구축했다.
멸종 직전에 있던 반달가슴곰은 현재 국내 야생에서 약 80여마리가 활동 중이다. 이 가운데 70여마리는 자연에서 태어났다. 장기적 생존이 가능한 최소존속 개체군의 규모(50개체 이상) 이상으로 안정적 개체군 형성하고 있다. 지리산 면적 40%이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지리산권에서 정착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달가슴곰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탐방로에서 목격 사례가 전해진다. 이에 공단은 증식·복원을 넘어 인간과 공존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학습시킨다는 방침이다. 자연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도록 관리방식을 전환하고 충돌예방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공존인식을 확대한다.
김보영 생태복원부장은 “최소 존속 개체군 충분히 확보된 만큼 개체수 확대보다는 개체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검토하겠다”면서 “충돌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저지대에서 내려오는 개체의 위치 추적기 부착 등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곰 스프레이 국내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달가슴곰은 사람에 대한 기피 성향이 매우 강한 야생동물”이라면서 “정해진 탐방로 이용, 주간시간대 탐방로 이용 등 수칙을 지키면 반달가슴곰과 사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