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스마트그리드와 기후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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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윤 법무법인 원 변호사

우리는 지난 여름 유례없는 더위를 겪었다. 계속되는 열대야를 그나마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에어컨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전기료 부담을 걱정하면서도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올해 8월 하루 평균 최대 전력 수요는 작년의 82.7GW보다 6.1% 증가한 87.8G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 더 더운 여름을 맞을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2011년 9월 서울, 경기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기록적인 늦더위에 전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지나친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의 폭증과 이를 예상하지 못한, 발전소 정비를 위한 가동 중단이 맞물려 전력거래소의 예비 전력량이 위험 수준까지 떨어지자, 블랙아웃, 즉 모든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최악의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 전력계통이 순환차단됨으로써 일어난 사태였다. 한 번 블랙아웃이 일어나면 복구에 긴 시간이 필요하고 전력공급시스템 자체에 심각한 타격이 생겨 그로 인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므로, 전력계통을 순환 차단하는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비 전력량을 충분히 생산해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는 것, 즉 전기의 추가 생산만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조금씩이나마 높여가야 하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신재생에너지의 추가 확보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에너지전환에는 무엇보다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된 전기를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란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공급자와 수요자간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지능형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연계, 전기차 충전 등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전력 인프라 시스템을 말한다. 스마트그리드는 스마트계량기(AMI),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전기차 및 충전소, 분산 지원, 신재생에너지, 양방향 정보통신기술, 지능형 송전·배전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단순화하자면 스마트계량기를 통해 전력 사용자의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에너지관리시스템을 통해 전력 등 에너지 사용량과 생산량을 모니터링해 에너지의 합리적 사용을 위해 설비 및 기기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제어해 에너지관리를 효율화한다. 가장 쉬운 예로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심야에 생산된 전기를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저장했다가 전략사용량이 많아질 때 이를 사용하게 하는 식이다.

이러한 스마트그리드는 신재생에너지와도 큰 관련성이 있는데,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을 통한 전기 공급에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발전과 송전을 통한 지능형 송전·배전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스마트그리드는 기후변화를 대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다.

우리나라도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통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반 조성'을 정책 비전으로 2030년 '국가 단위의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목표로 각 분야에 여러 정책을 시행 중인데, 2021년에는 '지능형전력망의 구축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법·제도적으로도 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법률을 통해 국가는 지능형전력망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고, 민간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지능형전략망 산업의 체계적 성장을 위한 시책을 마련해야 하고, 지능형전력망 사업자 역시 이러한 정부시책에 참여하고 협력할 책무를 진다. 이를 보면 스마트그리드는 “수익을 창출하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에 기여하는 혁신기술”을 뜻하는 '기후테크'를 법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전력산업계의 협력을 기대해본다.

정석윤 법무법인 원 변호사 syjeong@onelaw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