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AI와 블록체인, 그리고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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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식 기자

금융권은 디지털전환을 위해 그동안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왔다. 시장 동향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이 핵심기술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AI와 블록체인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며 발전해 왔다. AI는 금융 공급자·소비자 모두에게 큰 저항 없이 수용됐다. 반면에 블록체인은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저항감이 있다.

AI는 다양한 금융 영역에 도입돼 소비자 금융생활을 바꾸고 있다. 가장 활발한 곳은 신용평가와 대출심사다. 신용평점 산정부터 금리 승인에 이르기까지 금융생활과 밀접하다. 금융 취약 대상을 위해 기존 신용평가의 대안 모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리스크 관리도 효과적이다. 소비자가 비정상 금융 거래를 하면 자동으로 탐지해 내기도 한다. 더 나가 소비자의 자금세탁까지도 추적한다.

기술측면에선 다른 산업에서처럼 단연 AI 영향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외 조사에 따르면, 챗GPT와 같은 첨단 AI의 파급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 금융이며, 특히 챗봇 對고객서비스, 재무분석, 리스크관리, 보험업무분석 등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 영역에서 금융소비자의 AI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비자는 AI 알고리즘이 감성적 판단에서 비롯되는 금융사 직원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최근에는 챗GPT 같은 AI가 금융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용될 것이란 기대감이 더 커졌다.

금융에서 소비자가 빠르게 AI에 익숙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의 디지털전환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엄밀히 보면 AI는 상품이나 콘텐츠 변화보다 모바일을 통한 금융방식 변화와 연결된다. 쉽게 말해 소비자 금융접근성 제고 및 거래비용 감소로 말미암은 다양한 혜택 제공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AI는 금융기관 및 핀테크의 금융플랫폼 경쟁을 유도했다.

이에 반해 블록체인은 여러 의견이 대립한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비판적 이미지에 테라·루나 사태가 겹치면서 부정적 인식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분산원장 및 스마트계약으로 대변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 금융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금융방식 변화라면 블록체인은 기존 금융시스템 변화다. 각각의 기술 이점을 잘 조합한다면 금융의 보안과 효율성·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으로 거래 내역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AI로 거래 패턴을 분석하면 더욱 정확하고 빠른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개인 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 기술적 한계 및 거래 안정성도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

블록체인이 미래 금융의 기술 잣대라면 다음은 속도다. 두 기술의 진화 속도는 금융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금융시장은 이벤트를 2개 준비하고 있다. 대출이동서비스 실행과 실물자산에 기반을 둔 증권형토큰(STO)의 법·제도 구성이다. 전자는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소비자에게 유리한 금융의사결정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후자는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투자가 제도권에 수용됨으로써 발전적 금융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로 다른 노선으로 걸어온 AI와 블록체인의 기술적 강점을 융합해 새로운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