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인터뷰가 논란이다. 에릭 슈미트 전 CEO는 스탠퍼드대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내부의 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구글이 경쟁에서 뒤처진 이유로 '일과 삶의 균형'을 지나치게 중시한 점을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구글은 재택근무와 조기 퇴근 등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를 변화시켰고, 이로 인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집중력과 열정이 저하되었다고 했다. 반면 스타트업은 직원들이 매우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고, 결국 그의 사과와 영상 삭제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빅테크기업과 스타트업 간 문화적 차이가 어떻게 혁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전설적인 개발자 제프 딘과 알파폴드를 개발한 천재 데미스 하사비스는 구글의 핵심 리더다. 구글은 그들과 함께 수많은 연구진과 막대한 자본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후발 주자인 스타트업의 모델 성능이 구글을 따라잡고 앞서가는 양상이다.
2021년 오픈AI 출신 연구자들이 설립한 앤트로픽은 대표적인 후발 스타트업으로, 최근 클로드3.5-소네트(Claude-3.5 Sonnet)를 출시하며 눈에 띄는 성능 개선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 코딩 영역에서는 이미 챗GPT-4o를 능가했다는 평가다. 유럽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기업 미스트랄(Mistral) 또한 우수한 성능 평가를 받고 있다.
AI 모델의 성능을 비교하는 사이트 '인공 분석(Artificial Analysis)'의 상위 10위 랭킹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3.5-소네트와 미스트랄 라지2가 오픈AI에 이어 5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상위권을 스타트업이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반면, 구글과 메타는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글로벌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초대형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거대언어모델 SOTA 시장 경쟁 주도는 오픈AI, 앤트로픽, 미스트랄이며 모두 스타트업이다. 그 밖에 오픈소스 진영의 메타와 '개미군단'이다. 흥미롭게도 빅테크 기업들이 이 경쟁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스타트업이 반드시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유리하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후발 주자인 우리로선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생성형 AI의 창발성은 혁신을 넘어서는 도약적 사고의 전개라는 점에서, 스타트업의 특성이 분명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LG의 엑사원, KT의 믿음, 카카오브레인 등 자체 모델이 개발돼 있다. 기반은 마련됐으며, 정부와 기업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앤트로픽과 미스트랄이 늦은 출발에도 상위권에 진입한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을 통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강점을 활용하여 AI 분야에서도 선도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소버린 AI는 국가적 의지와 역량의 문제로 귀결된다. 최근 국가AI위원회가 발족됐다고 한다. 적절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단위의 기술, 자본, 인력 등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거대언어모델에 도전할 때다. AI 주권 확립이 곧 국가주권 수호의 관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버린 AI의 추진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 학계 등 각계각층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장기적 비전 아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 리더십도 절실하다. 이제 한국형 AI 모델 개발로 새로운 기적에 도전할 때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긴 안목에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선종 청주대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겸임 교수·에이아이웨이브 대표 ernestl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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