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 인공지능(AI) 사업화 전 주기를 지원하는 초대형 사업을 추진한다. 유럽연합(EU)의 의료AI 실증·확산 사업 'TEF-헬스 프로젝트'를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재구성, 의료AI 기반 헬스케어 디지털전환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등은 의료AI 개발·보급·확산을 위한 다부처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 신약, 의료기기에 이어 의료AI까지 전주기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 의료AI 기술이 세계 수준에 도달했지만 현장 적용이 더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됐다. 낮은 수가와 규제 진입장벽, 환자와 의료진의 신뢰 부족 등이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 EU의 'TEF-헬스 프로젝트'를 적극 참조해 한국 버전으로 만들 방침이다.
지난해 1월 시작된 TEF-헬스 프로젝트는 의료 분야에서 AI와 로봇 등 혁신 기술의 시장 진입과 현장 적용을 위한 대규모 실증사업이다. 기술 성숙도가 높은 후기 단계 기술을 중심으로 임상현장에 평가 및 테스트 환경을 제공한 뒤 연동된 정보 교환 플랫폼을 활용해 기술·제품 고도화를 지원한다. 총 9개국 51개 기관이 참여하며, 사업 규모만 약 6000만유로(약 892억원)에 달한다.
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은 내년 상반기 중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의료AI 확산 정책을 파악해 기반 자료를 확보한 뒤 연말께 사업 기획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국 단위 실증사업 추진과 함께 평가체계, 테스트와 정보공유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까지 진행된다. 사업 기간은 5년 이상 중장기 프로젝트가 유력하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그동안 의료AI 관련 정부 과제가 대부분 분절적인 성격이었다면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 범부처신약개발사업 등 대규모 자원과 장기간 지원하는 범부처 사업으로 의료AI 산업 육성을 추진하겠다”면서 “내년 초까지 다양한 사례를 모아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자 하며, 전 주기 지원을 위한 부처간 협업·연계 지원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AI 업계는 첫 대규모 범부처 프로젝트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시장이 연구개발(R&D)을 넘어 사업화 단계로 이제 막 진입하는 상황에서 의료AI 시장 안착과 산업 육성에 보탬이 될 거라는 기대다.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의료AI 분야는 연구개발에 정부 지원이 집중됐는데, 실증 등 사업화 지원을 위한 다부처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수가체계 등 제도개선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