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하지만 단편소설조차 쉽지 않은 책 기피증을 겪고 있다면 미니픽션에 도전해볼 만하다. 미니픽션은 단편소설보다 분량이 짧고, 시처럼 함축적이지만 허구성과 서사성을 갖춘 찰나의 문학이다. 이것이 미니픽션이 가진 매력이다.
이하언 미니픽션 '비둘기 모텔'을 추천한다. 도서출판 우리글이 발간한 이 책은 미니픽션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이하언의 미니픽션 첫 작품집이다. 글을 읽다 보면 그가 타고난 이야기꾼과 신나는 잡담에 빠진 기분이다. 그는 지금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을 법한 여러 사건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며 섬세하게 관찰하고 재구성해 글에 대한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언제 어디서나 잠시 잠깐 읽을 수 있는 짧은 한 꼭지, 한 꼭지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이야기인 듯한 지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다녀온 것처럼 가슴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강렬한 전율을 경험한다. 휴대폰을 잃어버린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환경을 처절하게 묘사한 '무인도' 에피소드는 현대인들이 어느새 휴대폰에 종속된 삶을 당연하고 안이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에 경종을 울린다.
이하언 작가는 2007년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장을 맡아 일했었고, 소설집으로 '검은 호수', '무한의 오로라'. 공저로 '버터플라이 허그', '코로나19 기침소리' 등이 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