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합법적인 처리 근거 없이 국내 고객의 홍채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국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월드코인'에 십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25일 제16회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월드코인 파운데이션(월드코인 재단)과 툴스 포 휴머니티(TFH)에 대해 총 11억4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개선권고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월드코인은 홍채 인식 기반 암호화폐로 지난해 7월 출시된 블록체인 코인의 일종이다. 홍채 인식 기구인 '오브(Orb)'를 통해 개인의 홍채를 데이터화해 블록체인에 연결하고 실제 사람인지 확인되면 월드ID와 '월드앱'(가상자산 지갑)이 생성되고 월드코인을 보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 6일 기준 국내에서 9만3463명이 월드앱을 다운받았고 이 중 2만9991명이 홍채 인증을 마쳤다.조사결과, 월드코인 재단은 사용자의 홍채를 촬영한 후 이를 활용해 홍채코드를 생성하면서 '수집·이용 목적' 및 '보유·이용 기간' 등 보호법에서 정한 고지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특히 홍채코드는 그 자체로 개인을 유일하게 식별할 수 있고 변경이 불가능한 민감정보(생체인식정보)로 우리 법상 처리를 위해선 별도로 동의를 받고 안전성 확보조치 등을 해야 하나 이를 위반한 것이다.
월드코인 재단과 TFH는 국내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독일 등 국외로 이전하면서 법에서 정한 고지사항을 정보주체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울러 월드코인 재단은 홍채코드의 삭제 및 처리정지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절차를 마련하지 않았고, TFH는 월드앱 가입 시 만 14세 미만 아동의 연령 확인 절차가 미흡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위는 월드코인 재단의 민감정보 처리 및 국외 이전 관련 의무 위반, TFH의 국외 이전 관련 의무 위반에 대해 각각 7억2500만원, 3억7900만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월드코인 재단엔 민감정보 처리 시 별도 동의 절차 마련, 최초 수집한 목적 외에 개인정보 사용 금지, 개인정보 삭제 기능 제공 등을, TFH에는 월드 앱 내 연령 확인 절차 도입 등을 권고했다.
또 두 기업 모두에 개인정보 국외이전 시 법정 고지사항을 충분히 알리도록 하는 시정명령과 개선 권고를 내렸다.
남석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장은 “기존에 수집한 홍채 정보의 원본 정보는 모두 파기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정보주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삭제나 파기가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코인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개인정보위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최신 보안 조치와 익명화 기술을 구현했고,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개인정보위와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