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학 스페셜리스트 KBSI] 〈1〉연대측정 연구그룹 “한반도 지질 연대 일신 등 숱한 세계적 성과”

연구시설과 장비는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꼭 필요한 요소다. 특히 세계 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추려면 대형·선도 연구시설 및 장비, 그리고 이를 운용할 숙련된 인력이 필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 이 영역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다. 1988년 설립 후 수많은 시설과 총 176종에 달하는 장비, 이들을 다루는 역량 있는 인력을 갖춰 과학기술 발전과 연구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술력과 전문성을 무기로 연구 현장을 돕는 KBSI 분석과학 조직들과 소속 전문가, 시설 및 장비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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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측정 연구그룹의 핵심 장비인 고분해능 이차이온질량분석기. 쉬림프(SHRIMP)로도 불린다. 그룹은 이 장비를 토대로 200편이 넘는 SCI 논문을 발표했다.

특정 암석이나 단층, 우주에서 온 운석, 오랜 문화재, 나아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 세상 수많은 것의 '나이'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은 과학기술계의 오랜 화두 중 하나다. 지식 경계를 넓히는 것은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반이 된다. 과거로 소급되는 물음으로 인류의 미래를 밝게 비추는 것이다.

그리고 충북 오창에 위치한 KBSI 초정밀 지구연대 측정센터 연구시설. 이곳에 자리 잡은 '연대측정 연구그룹'은 이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역량을 갖춘 곳이다.

1991년 '열이온화 질량분석기'와 단 2명 정규직 인력으로 시작한 KBSI 연대측정 연구 분야는 현재 장비만 총 6기를 집적해 운용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KBSI 연대측정 연구그룹을 포함, 세계에 단 두 곳 뿐이다.

이곳을 찾아 실제 장비를 살펴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고분해능 이차이온질량분석기, 별칭 쉬림프(SHRIMP)로 불리는 장비가 인상 깊었다. 쉬림프 연구동에서 직접 대면할 수 있었는데, 이름처럼 새우를 닮아 마치 등이 굽은 듯한 곡선으로 세부 장치들이 연결돼 있었다.

기자를 안내한 김정민 박사는 “시료에 이온빔을 쪼여 발생하는 이차이온 양을 토대로 연대를 파악한다”며 시료를 넣어 시연해주기도 했다.

김 박사는 “쉬림프를 2008년 도입하면서 보다 정확도 높은 분석이 가능해졌다”며 “2009년 이래 그룹이 내놓은 SCI 논문 가운데 226편이 쉬림프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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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박사가 초고분해능 동위원소현미경을 소개하고 있다.

김 박사를 포함한 그룹 연구진은 쉬림프를 비롯한 6종 장비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과로 이를 입증했다. 자연 속 작은 요소들을 분석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얻었다.

일례로 인하대와 공동 연구로 거북이 등의 '따개비' 나이테를 동위원소 해도와 대조한 결과, 거북이의 이동경로를 파악한 사례가 있다. 청동기 유물을 분석해 생산된 곳이 어딘지를 파악하기도 했다.

흙과 암석 등의 동위원소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 지질 연대도를 일신한 것도 연대측정연구그룹 성과다. 이를 두고 김 박사는 “한반도의 역사를 바꾼 성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들은 이곳 인력들이 세계 수준의 분석 역량을 갖췄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의뢰를 받아 시료를 분석하는 일도 하지만, 자체적으로 분석과학 기술 개발에 힘써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5~10% 수준이었던 연대측정 오차를 크게 줄였다.

이기욱 지구환경연구부장은 “최근 15년간 새로운 장비 구축, 분석법 개발로 오차를 1%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고, 현재는 모래 알갱이보다 작아도 정밀 분석이 가능하다”며 “세계 수준과 대등해 외국인 공동연구실적이 가장 많은 원내 그룹이 됐다”고 전했다.

이런 수월성을 토대로 우리 지구를 넘어 우주를 파악하는 국제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가 소행성 '류구'에서 얻은 시료도 받아 쉬림프, 초고분해능 동위원소현미경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부장은 “연대측정은 곧 과거를 통해 미래를 여는 것”이라며 “우월한 장비, 숙련된 인력으로 보다 많은 연구자들의 여정을 돕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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