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을 주요 장기에 딸린 기관이 아닌 우리 몸 전신의 건강과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장기로 인식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헬무트 아우구스틴 교수와 함께 혈관의 신생과 유지, 노화를 아우르는 혈관 생애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혈관 가장 안쪽의 내막을 구성하는 혈관내피세포의 역할과 기능을 분석해, 혈관이 역동적으로 전신에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적 장기임을 밝히는 종설 논문(최신 동향을 정리하고, 연구방향 등을 제시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고 단장은 혈관내피세포를 시스템적으로 전신에 퍼져 있는 기관으로 보고, 내피세포가 단순한 반응적 세포가 아니라 '지시적 신호 전달'을 통해 장기의 발달, 재생, 성숙을 조절하는 능동적 조절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또 단일세포 수준에서 혈관내피세포의 분자적 이질성을 규명하였는데, 내피세포가 각 장기 및 혈관 종류에 따라 특화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상세히 보여줬다. 예를 들어, 뇌나 근육의 혈관내피세포는 혈관의 장벽을 형성하지만 신장에서는 필터 역할을 하는 혈관이 발달해 있다. 간의 경우에는 혈관이 간세포의 대사적 분화와 재생을 조절한다.
혈관 노화와 관련해서는 미세혈관에서 발생하는 혈관 퇴화가 노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노화가 진행되면서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신호 전달이 불충분해져 혈관 퇴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조직 기능 저하와 관련된 다양한 노화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고 단장은 혈관내피세포가 암, 당뇨, 비만,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혈관내피세포의 기능 장애가 이러한 질환들의 진행을 가속할 수 있음을 밝혔다.
또 혈관내피세포 연구를 통한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임상에 응용 가능한 분야로 재생 의학, 재활 의학, 혈관 노화 예방 및 회복 분야를 제시했다.
고규영 단장은 “과거 혈관 연구는 심혈관 생물학, 종양학, 노화 연구 등의 개별적인 분야로 분절돼 다뤄지며, 통합된 접근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이번 논문은 혈관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혈관과학' 개념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전신 건강과 질병, 노화의 핵심적인 메커니즘으로서 혈관의 역할을 재조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현대의 발전된 기법들을 이용한 최신 연구들에서 혈관내피세포의 역할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며, “최신 연구 결과들을 총망라해 재정립함으로써 혈관과 관련된 다양한 질병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고 전했다.
혈관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이번 종설 논문은 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 셀(Cell)에 9월 6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