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용자가 동일한 촉감을 경험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용 가상 촉각 구현 기술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나노의학 연구단 박장웅 연구위원(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정현호 교수 연구팀과 압력 센서를 전기 촉각 디바이스에 결합해 디스플레이에서 일관된 촉각을 구현하고, 뇌파 기반으로 촉각 정보를 분류해 9가지 이상 촉감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기술에서 사용자와 기술 간 밀접한 상호작용이 중요해지면서, 가상 세계와 현실을 연결해 몰입감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 촉각 구현 기술이 등장했다.
그중 물리적 자극을 사용하는 진동 촉각 기술은 진동 액추에이터가 불투명해 디스플레이 위로 배열되다 보니 촉각을 직접 전달할 수 없었다.
이에 전기 자극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촉각을 만드는 전기 촉각 기술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촉각을 느낄 때 피부에 분포된 촉각 감각 세포는 촉각 정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뇌에 전달한다. 이 촉각 정보를 담은 전기 신호를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 전기 촉각 기술의 원리다.
하지만 기존 전기 촉각 디바이스는 저항이 높아 많은 전류가 필요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사용자마다 디바이스를 누르는 힘이 달라 접촉 상태가 불안정해지면, 같은 전기 자극에도 느껴지는 촉감이 달라질 수 있어 일정한 촉감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또 촉각이라는 주관적인 정보를 표준화할 수 없어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압력 보정이 가능한 '투명 간섭 전기 촉각 디바이스'를 제작했다. 디바이스는 전기 촉각을 구현하는 전극 부분과 손가락의 압력을 보정하는 압력 센서로 이뤄졌다.
투명도를 유지하고 전극 저항을 낮추기 위해 인듐-주석 산화물 기반 전극 위에 백금 나노입자를 도금했다. 그 결과, 전극 저항을 5배 이상 낮춰 안전성을 확보했고, 약 90% 높은 투과율을 보였다. 또 압력 센서를 통합해 손가락 압력을 측정 및 보정해 일관된 전기 촉각을 구현해 냈다.
더 나아가 특정 촉감을 실제로 구현하고자 촉각을 표준화할 수 있는 체성감각 유발전위 검사를 진행했다. 전기 촉각 전류 밀도와 진동수가 변화할 때 사용자 뇌 신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해 촉각을 분류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연구진은 털부터 유리까지 총 9가지 이상의 다양한 전기 촉각을 구현해 냈다.
연구의 핵심은 전기 촉각 기술에 간섭 현상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간섭 현상은 두 개 전자기장이 중첩됐을 때 진동수와 진폭이 변화하는 현상인데, 기존보다 30% 낮은 전류만으로도 동일한 촉감 강도를 구현했고 자극 위치를 더 세밀하게 제어해 촉각 해상도를 32% 향상했다.
이는 기존 전기 촉각 기술 중 최고 수준 촉각 해상도로, 디스플레이 분야뿐만 아니라 VR, AR 기술 혁신 가능성을 열었다. 개발 기술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결합돼 동영상 속 물체에 대한 가상 촉각을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박장웅 연구위원은 “전기 촉각 기술을 통해 디스플레이의 시각 정보와 일치하는 촉각 정보를 통합해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간섭 자극을 기반으로 한 전기 촉각 기술이 다양한 AR, VR, 스마트 기기 등에서 사용자와 기기 간 상호작용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3일(한국시간)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