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가 데이터센터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평가의 구체적 조항을 담은 고시안은 조만간 규제심사위원회 재심사를 거칠 예정인데 업계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을지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전력계통영향평가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이 제도는 지난해 6월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포함된 것으로, 신규 대규모 전력소비시설 전력계통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력을 대량 소모하는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제도가 시행되면 사업자 등이 10메가와트 이상 규모 데이터센터를 신규 짓고자 할때 평가를 거쳐 총점 70점 이상(100점 총점)을 받아야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대상으로 상정될 수 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업계는 이 제도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속 지적했다.
평가 항목 가운데 업계가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주장한다. △자가발전 운전계획 △전력공급 여유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한 데이터센터 구축 업체가 기술적 항목대로 자체 점수를 매긴 결과 30점을 받기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심의대상으로 상정되기 위해 최소 70점을 넘겨야하는데 이를 충족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기술적 평가항목 비율도 높다. 비기술적 평가는 △지역사회 수용성(6점) △사업 안정성(7점) △지방재정기여도(6점) △부가가치 유발 효과(6점) △직접고용 효과(6점) △지역낙후도(5점) △전력자립도(4점) 등 7개 항목 총 40점 배점이 부여됐다. 이 가운데 직접고용 효과는 300명 이상을 채용해야 만점을 확보할 수 있는데 현존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가운데 300명 이상을 채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
업계는 이 같은 이유로 산업부에 현 제도가 수정돼야함을 피력해왔다.
이번 시범운영에는 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기존 안대로 진행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지속 수렴하고 있다”면서 “최종안이 나오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전력계통을 기다리는 사업자 대상으로 우선 시범운영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주 산업부 규제심사위원회 결과에 주목한다.
산업부는 앞서 이번 안을 규제심사위원회에 제출했다 퇴짜를 맞았다. 이번주 금요일에 재심사가 예정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거부당했기 때문에 동일한 내용을 다시 제출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재심사에 제출하는 내용에 업계 의견을 얼마나 반영했는지에 따라 업계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