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두고 노조와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예민한 사안을 놓고 노조가 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석 전 임단협 타결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올해 임단협을 두고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슈퍼사이클이 도래한 상황에서 노조가 처우 개선과 더불어 정년 연장 등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21번의 협상을 진행했지만 공회전을 거듭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최대 65세까지 정년 연장 △승진거부권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과 승진 거부권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노조는 3~4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공장가동률이 100%에 육박한 상황에서 숙련공 유지를 위해 정년연장과 함께 조합원 탈퇴를 막기위해 승진 거부권을 원하고 있다.
사측은 정년을 연장할 경우 노령화된 현장 인력 재편이 어렵고 인건비 지출도 늘어 난색을 표했다. 승진 거부권 역시 인사권에 대한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5월부터 진행한 협상은 진척이 없다. 쟁점은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이다. 노조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당시 직원들에게 RSU 지급을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기준 임금 300%에 해당하는 RSU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아직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노조가 아닌 노동자협의회와 올해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삼성중공업 노사는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사측이 본급 3.8% 이상, 임단협 타결 격려금 100만원 등을 제안했지만 노동자협의회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7월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조선업계 노조는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위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선노연이 4일과 9일 파업을 예고함에 따라 주요 노조가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간극이 큰 상황에서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사의 입장 차가 큰 만큼 타결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