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응급·소아 등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수가 체계를 개선한다. 연내 적정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도 출범해 2026년 의대 정원 규모 논의도 검토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제6차 회의를 통해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30일 밝혔다.

1차 실행방안은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중증·필수 수가개선, 의료사고안전망 등 우선 개혁과제 중심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후속 논의가 필요한 인력운영 혁신, 비급여 관리강화, 실손보험 구조 개혁 등 검토방향도 포함했다. 특위는 올해 말과 내년 초 후속 실행방안을 순차 발표한다.

특위는 연내 적정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를 출범한다. 기구는 △추계 가정과 변수, 모형 도출과 추계 결과를 검토하는 수급추계전문위원회 △직역 관련 추계결과, 정책 제안 의견제시 등을 담당하는 직종별 자문위원회로 구성된다. 추계작업 지원을 위해 내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내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를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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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2025년도 예산안

3~5년 주기로 의사, 간호사 추계부터 실시하고 추후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으로 점진 확대한다. 의료계가 참여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경우 2026년 의대 정원 규모 논의도 검토한다.

전공의 수련체계도 개선한다. 지도전문의 1인당 최대 8000만원을 지원해 전공의를 밀착 지도하도록 한다. 2028년까지 모든 국립대병원에 임상교육훈련센터를 설치하고, 인턴 수련도 인턴과정 전담 지도전문의 지도하게 진료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

내년에는 시범사업을 통해 연속 수련을 주당 평균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단축하고,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60시간 수준으로 단축한다. 전공의 1인당 적정 업무량을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고, 필수분야 전공의에 대한 수련수당 지급도 연간 1200만원으로 확대한다.

지역 수련병원을 확보하고 전공의 배정도 확대한다. 수련병원 지정기준을 실제 교육 가능 여부 중심으로 개편하고, 내년에는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중을 현 45%에서 50%로 상향을 검토한다.

상급종합병원 역할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비중을 3년 내 70%까지 상향하고, 일반병상을 지역과 병상 규모에 따라 5~15% 감축한다.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실시, 중증수술 수가를 인상하고 응급에 필요한 24시간 진료 수가도 최초로 신설한다.

내년부터 지역 국립대병원에 연간 2000억원을 투입,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 시설장비 첨단화를 지원한다. 지역 국립대병원 교수정원을 내년 330명으로 확대하고 2027년까지 1000까지 늘린다. 전문의 대상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도입해 내년 4개 지역, 8개 진료과 전문의 96명에게 월 400만원의 지역근무수당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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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자료: 연합뉴스)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에 몰리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의료 접근성 제고도 추진한다.

현재 시범사업인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고, 동네의원 이용이 바람직한 외래 경증질환을 현행 105개에서 추가 확대한다. 전문의뢰제를 도입해 의사가 환자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지역 내 적정한 의료기관으로 직접 진료 예약하고, 이 경우 최우선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확립한다.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 2차급 병원 의뢰서가 없거나 산정특례 진단 등 예외 사유가 아닌 경우 외래진료비를 현행 60%에서 전액 본인 부담키로 한다.

저보상 수가를 조정해 수가 구조 불균형을 해소한다. 연간 5000억원을 투입해 하반기부터 중증 수술 약 800개와 마취 수가를 인상한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누적 1000여 개 중증수술과 마취 행위에 대해 종합병원급 이상까지 인상한다.

수가의 과소, 과잉 보상 방지를 위해 수가의 수시 조정체계를 마련하고 상대가치개편 주기를 기존 4~7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한다.

중증, 고난도 필수의료, 응급, 야간·휴일, 소아·분만, 취약지 등 6대 우선 분야에 대한 수가 보상을 강화한다. 또 난이도와 위험도, 숙력도, 응급진료대기, 지역 등 4대 요소를 공공정책수가에 반영한다. 하반기에 24시간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을 최초 신설한다.

상급종합병원이면 무조건 최고의 가산율을 적용하는 획일적 종별 가산제도를 기능과 성과 가산제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약 2조원의 성과보상 재원을 확보한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환자 경험, 치료결과 등 성과와 연계해 책임의료조직에 비용을 보상하는 지역의료혁신시범사업을 실시, 3년 간 최대 500억원의 보상을 추진한다.

비중증 과잉 비급여는 병행진료 급여제한 등 집중 관리한다. 도수치료 등 남용 경향이 뚜렷한 비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해 의학적 필수성이 낮을 경우 건강보험 급여와 병행해 진료 시 급여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또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간 역할 재정립을 위해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보장을 합리화하는 장안을 모색한다.

의료 분쟁 해소를 위해 환자를 돕는 '환자 대변인'을 신설한다.사망 등 중대 사고에 대해서는 2인 이상의 의료인이 참여하는 복수·교차 감정 체계를 도입한다.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최대 보상 한도를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고, 중증 소아, 중증 응급수술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이번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통해 우수하고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으로 질적 도약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며 “인력, 인프라, 재정 등 모든 측면에서 전면적 구조 개혁과 혁신을 추진하여 필수·지역의료 혁신과 재건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