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레고처럼 미생물 유전자 발현 조절하는 플랫폼 개발

포스텍(POSTECH)은 김종민 생명과학과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김정원·서민채·임예린 씨 연구팀이 박테리아의 유전자 발현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RNA 기반 센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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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 유전자 발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센서플랫폼을 개발한 연구팀. 왼쪽부터 김종민 포스텍 교수, 통합과정 김정원·서민채 씨.

인체에 유익한 미생물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사람이 섭취한 음식물을 분해해 영양소를 흡수하고, 비타민B, K와 같은 영양소를 생성한다. 또 면역 체계를 조절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센서나 유전자 편집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한 '스마트 프로바이오틱스'가 헬스 케어의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 프로바이오틱스 기술의 핵심은 '센서'에 있다. 생물학적 시스템은 정밀한 상호작용과 복잡한 네트워크로 운영되기 때문에, 장내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미생물 활동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생체 적합성과 정확성, 민감도 등으로 인해 센서에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의 종류가 제한적이라 기술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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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압타머 서열을 통해 타겟 물질에 의한 박테리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센서 플랫폼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압타머를 기반으로 한 'START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압타머는 특정한 분자와 강하게 결합하는 핵산(DNA 또는 RNA) 조각으로 선택적인 결합이 필요한 센서에 매우 적합하다. 압타머가 분자와 결합하면 RNA의 일부가 접히거나 풀리는 등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데,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생체 내 상호작용을 모방하고, 다양한 분자를 감지해 레고 블록처럼 간단하게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테오필린과 테트라사이클린 등 약물과 항생제, 그리고 박테리아에서 생성된 특정 단백질을 감지하는 센서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이 센서들은 타겟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반응하는 특이성뿐만 아니라 여러 센서를 함께 사용할 때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직교성이 뛰어나 복잡한 유전자 회로와 결합된 논리 회로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생물학적 신호를 모니터링 및 조절할수 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각각의 물질을 감지하는 것을 넘어 센서 민감도나 반응 세기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학적 활용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생체 센서 부품을 손쉽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김종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합성 바이오센서 개발과 미생물 유전자 회로 구축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스마트 프로바이오틱스와 대사 공학을 포함한 미생물 엔지니어링 기술의 활용을 위해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금, 교육부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사업과 산학협력선도대학3.0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국보건기술R&D사업, 경북도·포항시의 푸드테크R&D센터 육성 및 지원사업, 포스텍 기초과학연구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최근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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