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글로벌 핀테크 시장이 한풀 꺾인 가운데 AI 투자는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가 발표한 '글로벌 핀테크 투자 2024년 상반기 동향 분석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 캐피털(VC) △사모펀드(PE) △인수합병(M&A)을 포함한 글로벌 핀테크 투자액이 올해 상반기 519억 달러(2255건)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623억 달러(2287건)에서 100억 달러 넘게 감소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고금리 환경에서 투자자의 보수적 기조 강화로 인한 대형 거래 감소가 원인”이라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10억 달러 이상 핀테크 거래는 단 5건에 불과했다. 미국 월드페이 인수(125억 달러), 캐나다 누베이 인수(63억 달러), 영국 아이리스 소프트웨어 그룹 인수(40억 달러) 등이 대표적인 빅딜이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미주 지역은 367억 달러의 투자액을 기록하며 핀테크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 결제 분야가 총 214억 달러로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액은 38억 달러로 지난해 하반기 46억 달러에서 17%가량 줄었다. 2017년 이후 최저치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은 114억 달러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40% 감소했다.
총투자액은 감소했지만 거래 건수는 소폭 증가했다. 미주 지역의 핀테크 거래 건은 1066건에서 1123건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406건에서 438건으로 늘었다. 반면,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은 804건에서 689건으로 감소했다.
보수적인 투자 기조에도 올해 상반기 핀테크 투자에서 AI 투자가 핵심 영역으로 떠올랐다. 트래블러즈가 미국 사이버 보험 회사인 코르부스를 4억2700만 달러에, 세일즈포즈는 인센티브 관리 플래폼인 스피프를 4억19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AI 기반 지속 가능성 데이터 회사인 미오텍도 1억5000만 달러 VC 자금을 유치했다.
결제 및 레그테크 분야도 올해 상반기에도 주요 투자처로 꼽힌다. 결제 분야는 214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227억 달러)와 견주어 소폭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레그테크 투자는 53억 달러로 지난해 투자 규모와(34억 달러) 비교해 56% 넘게 증가했다.
결제 분야에선 최근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임베디드 결제 방식이, 레그테크에선 글로벌 금융 규제 강화에 따른 자금세탁방지, 위험 관리 활용 등에 투자자 이목이 쏠렸다.
김세호 삼정KPMG 핀테크 산업 담당 파트너는 “고금리와 높은 자본 조달 비용, 미국 대선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더욱더 전문화·차별화된 기술과 수익성을 갖춘 핀테크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할 것”이라 내다봤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