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빅5', 실적 따라 R&D 희비…유한·한미·대웅 역대급 투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매출 상위 5개 제약사 R&D 인력·투자 현황

국내 '빅5' 제약사 중 유한양행·한미약품·대웅제약이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대 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녹십자와 종근당은 R&D 비용은 물론 인력까지 감축하며 투자를 축소했다. 임상 단계별 R&D 투자 규모 조정과 함께 경영지표 개선을 위한 비용 절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매출기준 상위 5개 제약사 중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R&D 금액과 인력 모두 늘린 곳은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세 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R&D 투자 규모를 가장 크게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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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본사 전경

제약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은 올해 상반기 R&D에 총 1048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68억원) 대비 20.6%나 늘었다. 총 매출대비 R&D 투자 비중도 두 자릿수(10.8%)를 회복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4위에서 올해 2위까지 치고 올라온 한미약품은 1000억원(988억원)에 육박하는 R&D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8.4% 늘어난 규모다.

대웅제약은 '빅5' 제약사 중 R&D 예산을 가장 많이 투입했다. 올해 상반기 투자는 118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8.3%나 늘었다. 총 매출 대비 R&D 투자비용도 작년 상반기 16.7%에서 올해 19.0%까지 늘었다.

3개사는 올해 석·박사급 R&D 인력도 보강했다. 유한양행(26명), 한미약품(38명), 대웅제약(14명) 등 10~30명 규모로 전문 인력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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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

반면 녹십자와 종근당은 지난해와 비교해 R&D 투자가 다소 위축됐다. 올해 상반기 두 회사의 R&D 비용은 각각 800억원, 6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24.5%, 7.6% 줄었다. R&D 인력 역시 1년 새 녹십자는 84명 줄었고, 종근당도 소폭(8명) 감소했다.

통상 제약사 R&D 규모는 해당 기간 임상시험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임상3상 등 상업화 단계에 근접할수록 투자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빅5' 제약사 중 R&D 투자를 늘린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은 매년 총 매출의 13~18% 가량을 R&D에 투자를 해온데다 최근 항암신약, 비만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신규 모달리티 발굴을 위해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투자 속에서도 유한양행을 제외하고 모두 올해 상반기 매출, 영업이익 등 경영지표가 개선되면서 투자 부담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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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매출 상위 5개 제약사 R&D 인력, 투자 현황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녹십자와 종근당은 최근 실적이 악화됐다는 점에서 비용절감 압박이 R&D 투자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녹십자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3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흑자전환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74%가 감소했다. 종근당 역시 HK이노엔과 공동 판매했던 '케이캡' 유통 사업을 중단하면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2.8% 감소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 특성상 R&D 비용은 임상 단계가 결정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면서도 “최근 원자재 인상과 정부 약가 인하 정책, 마케팅 과열 등으로 지출이 많아지면서 비용절감이 화두로 작용, 경영지표 개선을 위해 R&D 투자를 조금씩 줄이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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