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주민들에 속살이 비치는 '시스루' 옷과 긴 머리를 높게 묶는 '수탉머리'를 반사회주의 현상으로 지정하고 단속을 예고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나타난 복식으로 이중잣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수탉머리'와 '살이 보이는 옷'(시스루)을 금지한다고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사회주의 제도의 영상(사회주의가 보여줘야 하는 모습)을 흐리는 반사회주의 현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함격북도의 한 주민은 지난 12일 RFA에 “지난주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상강연이 조직됐다”며 이같은 내용을 강조하는 강연이었다고 전했다.
RFA는 “적발시 3~6개월 노동단련대형에 처해지며 경우에 따라서 교화형에 처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헤어스타일의 경우 머리를 자르고 처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수탉머리는 긴 머리카락을 정수리까지 묶어 올리고 앞머리는 이마를 덮어 안쪽 눈가를 가린 형태다. 살이 보이는 옷은 피부가 드러나는 시스루 옷을 말한다.
당국은 강연 영상에서 적발 사례라며 이같은 차림을 한 여성들의 모습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여성들 속에서 살(피부)이 들여다보이는 옷과 팔이 통째로 드러난 옷을 입는 것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으로 지정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차림이 김 위원장의 측근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수탉머리는 김 위원장을 지근 거리에서 수행하는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이 즐겨하는 헤어스타일로, 그는 최근 북·러 정상회담 영상에서도 이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또한 시스루 의상은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지난 5월 김주애가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에 참석했을 당시 입은 옷이기도 하다.
소식통은 “당국은 여름철에 누구나 좋아할 만한 얇은 옷을 입지 말라고 규정했다”고 지적하며 “주민들은 살이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지 못하게 당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원수님의 자제(김주애)분도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한 적이 있는데 왜 인민들이 입으면 반사회주의, 반체제가 되냐며 반발했다”고 전했다.
이어 “강연장에서 일부 주민들은 당에서 주민들에게 옷을 공급하는 것도 아니고 자체로 마련해 입는데도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잣대를 들이댄다”면서 “인민대중이 원하는 것을 반사회주의 행위로 몰아 처벌하는 당국의 처사를 비난했다”고 강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