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웨이모 로보택시에 HBM2E 공급
SK하이닉스가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AI)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 대응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 현재 차량용은 저전력 D램(LPDDR)이 주류지만 고성능·고용량 D램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강욱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14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7회 인공지능반도체포럼 조찬강연회'에서 “HBM2E(3세대)를 구글 웨이모 로보택시에 공급한 데 이어 차세대 제품들도 고객 요구가 있으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은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보고서를 인용해 자동차 메모리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41억 달러에서 올해 75억달러, 29년 166억 달러로 연평균 20% 성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강 부사장은 “현재 주력 D램은 LPDDR4·5지만 시스템이 요구하는 더 높은 대역폭 충족을 위해 HBM이 부상하고 있다”며 “저장 매체도 기존 내장형 멀티미디어 카드(eMMC) 대비 고성능·고용량을 제공하는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 성능을 높인 제품이다.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해 고성능 프로세서의 연산을 원활하게 지원한다. SK하이닉스는 기존 HBM2E 설계를 차량용으로 일부 변경해 웨이모에 공급했다. 웨이모는 이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로 지난 6월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동차에서 요구하는 메모리 성능이 높아지는 이유는 다양한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AI 추론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VI)는 음성 제어를 위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온디바이스 AI가 각각 적용돼 있다.
강 부사장은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더욱 높은 컴퓨팅 파워가 요구되는데 LPDDR로는 대역폭을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HBM 요구는 운전자 개입 없이 긴급 상황도 대처할 수 있는 자율주행 레벨 4 단계부터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