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K콘텐츠 수명 연장을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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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경 뉴 아이디 대표

콘텐츠미디어그룹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에서 영화 투자·배급을 하던 2018년, '콘텐츠 유통'의 방향 전환을 고민했다. 해외 세일즈에 있어 국가별 판매에서 플랫폼 서비스로 눈을 돌린 시점이다. 플랫폼 전문가 김조한 이사와 함께 CES와 NAB를 다니며 테크와 광고 기반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에 주목했고, 2019년 말 테크 기반의 유통 회사 '뉴 아이디'를 만들어 아시아 미디어 기업 중 처음으로 FAST(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TV·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사업에 뛰어든 지 5년차를 맞았다.

FAST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볼 수 있는 실시간 채널 서비스다. 광고 기반 주문형비디오(AVoD)와 TV 실시간 채널이 혼재된 개념이다. 기존 TV 방송 시청 방식과 유사하며 시청 비용은 광고주가 부담한다.

유료 방송 이용료가 월 8만원이 넘는 북미를 중심으로 실시간 TV 방송을 볼 기회를 포기하고서라도 일명 '코드 커팅' 현상이 이어지자, 메이저 방송사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앞다투어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보려 TV를 켜는 시청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FAST 플랫폼에 자사 콘텐츠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만 약 4000개의 장르별 FAST 채널이 있다.

지난 5년간 구독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열풍과 코로나는 콘텐츠 제작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렸지만 방송과 극장을 무너뜨렸고, 플랫폼 간 경쟁 심화는 OTT의 재정난을 가져왔다. 제작력이 아니라 유통망이 아쉬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5년의 경험을 토대로 FAST 활용법을 공유하고 싶다. 잘 만든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과 좀 더 '많이' '자주' 만나기 위해서는 콘텐츠와 글로벌 플랫폼을 지속,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유통 방식이 절실하다. 필요한 준비는 다음과 같다.

FAST 플랫폼은 해외 콘텐츠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편이다. 신작이 아니더라도 한국이나 아시아 지역에서 인지도를 얻은 영화, 드라마, 예능, 키즈, 음식, 스포츠, K팝 등 검증된 콘텐츠라면 '현지화'라는 업사이클링을 거쳐 북미 유럽 플랫폼의 프리미엄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플랫폼은 콘텐츠 수급 부담을 줄이고, 콘텐츠 제공사는 보유 콘텐츠의 유통 수익을 추가할 수 있다.

트래픽이 있는 곳에 콘텐츠를 펼쳐야 한다. FAST 서비스는 플랫폼과 콘텐츠 운영 계약을 맺고 발생 수익을 분배하는 형태다. 한국에서 오늘 편성하면 내일 타겟 플랫폼 국가의 시청자를 만난다.

FAST 서비스의 장점은 지역별, 콘텐츠별 시청 데이터 확보에 있다. 5년 전 'K팝' 채널 하나를 시작으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확대한 결과 뉴 아이디는 현재 전 세계 주요 FAST 플랫폼에 200여개가 넘는 FAST 채널과 VoD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요가 입증된 한국 콘텐츠를 모아 북미 지역에 '빈지 코리아' 플랫폼을 론칭했다. 데이터는 수요이며, '제 값' 받고 거래할 근거가 된다.

콘텐츠와 플랫폼을 연결하기 위한 편성, 스트리밍, 광고, 통계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업 초기에는 해외 기술 회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뉴 아이디는 FAST 종합 솔루션을 갖춘 유일한 아시아 회사가 됐다.

운영 중인 200여개 K콘텐츠 채널에는 글로벌 기업과 미디어 회사, 국가별 관광청과 선거 캠페인 광고가 주를 이룬다. 월 100만이 넘는 시청 가구, 연간 1억5000만 시청 시간과 3억개가 넘는 광고 소화력을 갖췄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가와 중소기업 홍보 채널로 활용한다면, 노출 효과 뿐 아니라 콘텐츠 사업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유통망의 제약을 외면한 채 '요즘 뜨는 플랫폼'에 맞춰 콘텐츠 제작을 하다보면 콘텐츠의 본질은 무너지고 자본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전 세계 미디어 업계가 활용하는 FAST 서비스, 우리도 써먹자.

박준경 뉴 아이디 대표 june1305@its-newi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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