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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2024 파리 올림픽 테러 위협 영상. 현재 원본은 삭제됐으나 녹화본이 공유되고 있다. 사진=엑스 갈무리

2024 파리 올림픽이 개막을 앞둔 가운데 “파리 거리에 피의 강이 흐를 것”이라며 테러를 암시하는 의문의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SNS 엑스(X ·옛 트위터)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제작한 동영상이라며 1분짜리 영상이 유포됐다.

영상에는 검은색 방탄조끼와 카피예(아랍 국가에서 사용하는 머리 천)를 두른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등장한다. 옷에 팔레스타인 국기 배지가 달려 있다.

이 남성은 프랑스인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범죄 전쟁에서 시오니스트 정권을 지원했고, 그들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우리의 형제자매와 아이들을 살해하는 걸 도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당신은 시오니스트들을 올림픽에 초대했다”며 “당신은 당신이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파리의 거리에 피의 강이 흐를 것.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며 피투성이가 된 프랑스의 상징 마리안느의 머리를 들

영상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지만 신뢰도를 의심하는 의견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현지 매체 역시 이 위협에 대해 심각하게 다루지는 않았다. 영상 속 목소리가 실제 팔레스타인 억양이나 발음과 다르며, 잘린 머리라고 들어올린 형상도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또한 현지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가짜 뉴스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해당 영상에서 남성이 '하마스'라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으며, AI 이미지를 삽입했다는 것에서 다른 배후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동영상의 출처에 대해 테러 분석 센터의 장 샤를 브리사르 대표는 피가로에 “영상의 전파 경로가 그 출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이 영상은 주로 친러 성향이나 다른 불안정화 작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이나 엑스 계정에 의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분야 전문가인 파리정치대학의 다비드 콜롱 교수도 이 영상이 친크렘린 계정에 의해 전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막식을 앞두고 테러에 대한 공포심을 키우고, 이스라엘 대표단을 겨냥한 위협을 조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콜롱 교수는 설명했다.

프랑스 당국 역시 영상이 조작됐다고 확인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초기 조사 결과 이 영상이 허위로 제작됐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현 단계에서는 특정 국가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국가 차원에서 개입한 사건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가짜로 판명 났지만 실제로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테러를 모의해 경찰에 붙잡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당국은 이번 주 초, 러시아 국적의 40대 남성을 '외국의 명령에 따라 프랑스에 적대 행위를 유발하기 위한 정보 활동을 수행'한 혐의를 받고 경찰에 체포됐다. 용의자 자택에서는 올림픽 대회에 불안감을 키우기 위한 행사를 조직하려는 소지가 있는 물품이 확인됐다.

또한 최근 프랑스 지롱드 지방에 거주한 18세 청소년 2명도 폭력 테러 조장 혐의로 체포됐다. 검찰은 이들이 인터넷에서 단순히 언급한 것 이상의 '테러' 프로젝트 실체를 갖췄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