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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민 기자

“회사 내 자유롭게 이용하라고 만든 직원 복지시설이 독이 될 줄 생각도 못 했어요. 법을 어기지 말라 니 따를 수밖에요.”

취재차 방문했던 어느 중소기업 간부가 최근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나온 푸념이다.

해당 기업은 오랜 숙원이던 사옥을 건립해 이전했다. 임대 건물에서 비좁은 생활을 해왔던 터라 넓고 깨끗한 신축 건물은 임직원에게 자부심과 감동을 심어줬다. 경영진은 사무실을 제외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직원 편의시설로 꾸몄다. 별도 직원 식당을 비롯해 휴게실, 헬스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놓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다.

중소기업 특성상 1인 가구와 MZ세대가 많다 보니 사무실 내 고성능 PC를 활용해 퇴근 이후 게임을 하는 직원도 많았다. 경영진은 이런 모든 활동을 업무 시간 외 제공하는 직원 복지로 생각하고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고용노동부 조사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조사관은 전산으로 찍히는 출퇴근 기록을 보며 직원들의 잦은 야근에 대해 지적했다. 많은 직원이 퇴근 시간이 늦다며 노동법 위반이라는 엄포를 놨다. 회사 측은 대부분 직원이 야근이 아니라 게임이나 운동 등 회사 내 시설을 이용하고 퇴근하다 보니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퇴근시간 이후 해당 시설 전면 이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적잖은 불만이 나왔지만 고용노동부 지적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직원들을 설득해야 했다.

고용노동부가 약자인 근로자를 위해 기업 현장 실사를 하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에게 희망이 돼야 한다는 것에 찬성한다. 다만 조사 방식이 형식적인 것이 아쉽다. 회사 측 해명이 믿기 어렵다면 직원 대면조사나 의견 청취도 같이 해야 했다. 근로자를 위한 현장 조사가 오히려 중소기업 직원 복지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