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기업인 시높시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설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다. 차세대 제품 출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상카 크리슈나무티 시높시스 EDA사업부 총괄은 “한국 HBM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 주기를 가속화하기 위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AI 기반 EDA를 통해 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DA는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도구(툴)다. 최근 AI 기술을 EDA에 접목, 반복적인 설계 과정을 줄이고 성능·전력·크기(PPA) 최적화 방법을 신속히 찾는 것이 화두가 되고 있다.
시높시스는 'DSO.ai' 등 AI EDA 툴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HBM 설계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급속도로 확장하는 AI 시장 대응 속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최근 엔비디아를 필두로 AI 반도체 칩 출시 속도가 빨라졌다. 보통 2년 주기였던 것이 1년을 단축됐다. 이에 맞춰 필수 메모리인 HBM 개발 로드맵도 앞당겨졌다.
HBM3E(5세대)까지는 약 2년마다 세대가 바뀌었지만, 이후로는 1년 단위로 신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내년 6세대 HBM4를, 2026년 7세대 HBM4E를 양산하는 것이 주요 제조사 로드맵이다. 크리슈나무티 총괄은 “AI EDA는 이같은 고객의 HBM 로드맵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슈나무티 총괄은 AI를 통한 반도체 설계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EDA로 테이프아웃(설계를 마치고 공정으로 넘어가는 단계)하는 반도체 칩이 올해는 500개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시높시스가 DSO.ai로 테이프아웃한 사례가 270여건인 걸 고려하면, 약 2배 정도 늘었다. 최근에는 디지털 회로 설계 뿐 아니라 아날로그 설계에도 AI 기술 적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높시스는 AI 확산과 동시에 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대·성균관대·KAIST·서강대 등과 반도체 설계 교재를 개발했고, 올해부터 국내 20여개 대학 정규 수업을 개설했다. 시높시스 EDA 툴을 활용,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준의 설계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크리슈나무티 총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최대 고객사가 있는 한국에서 기술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려 반도체 설계 R&D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