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필두로 유니콘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도 생성형 AI 산업 성장에 힘입어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은 AI 스타트업은 있지만,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 이상의 AI 유니콘 기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7월 1일)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1404개이다.

이중 미국의 AI 유니콘 기업 숫자는 100여개가 훌쩍 넘는다. 오픈AI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생성형 AI 기업은 물론 AI와 융합한 데이터, 소프트웨어(SW), 보안, 헬스케어, 모빌리티 분야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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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엑스에이아이(xAI)가 60억달러(약 8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작년 7월 회사 설립 8개월만에 기업가치가 240억달러(약 33조원) 상당으로 불어났다. 세계 최대 AI 스타트업인 오픈AI 기업가치가 올해 초 기준 860억달러(약 119조)인데, xAI가 단숨에 세계 2위 AI 스타트업으로 등극한 것이다.

앞서 3월 오픈AI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AI 스타트업 앤스로픽도 아마존으로부터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유치했다. AI 검색 엔진 기업 퍼플렉시티는 최대 30억달러(약 4조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동안 디지털전환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유럽연합(EU) 등에서도 AI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도 삼성과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6억유로(약 9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가 58억유로(8조6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4월 메타와 구글 등 빅테크 출신들이 프랑스 파리에 설립한 미스트랄AI는 설립 1년도 되지 않아 유니콘 AI 기업 반열에 올랐다.

오순영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AI데이터분과 위원은 “EU에서 세계 최초 'AI법'을 제정한 규제 이면에는 미국의 빅테크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한편으로 EU에서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중소 AI 기업에 대해선 대대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AI 유니콘 기업도 아직 한 곳도 나오지 않고 있다. 산업 성장을 위한 기본 제도인 'AI기본법'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 반열에 가장 가까운 곳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AI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사피온 정도다. 지난 4월 약 100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은 업스테이지를 비롯해 트웰브랩스, 뤼튼 등이 수백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유니콘 기업에는 못 미친다.

업계에선 AI 산업은 모델 구축 뿐만 아니라 모델 운영과 서비스, 인프라에 이르기가지 전 분야에서 대규모 자본이 필수인데, 한국은 창업 단계의 스타트업 초기 펀딩 환경은 잘 조성돼있으나 사업성을 검증받고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후기 펀딩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생성AI스타트업협회 관계자는 “AI산업은 신기술이고 아직 시장 자체가 성숙되지 않은 만큼 기존 IT 산업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AI 스타트업 후기 펀딩과 성과 도출과 이익 전환까지의 리드타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원이 이뤄진다면 한국에서도 AI 유니콘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