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시장에 대응해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를 주문했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 AI·반도체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로 선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미래 성장 투자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전략 추진에 뜻을 모았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SK 경영 근간인 SK경영관리시스템(SKMS) 정신을 기반으로 운영 개선 등 '경영의 기본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 출장 중인 최 회장은 이날 회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면서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미국 출장 중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 AI 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SK 경영진은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으로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와 주주환원 등에 활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3년내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FCF)를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회사는 지난해 10조원 적자를 기록한 세전이익이 올해는 흑자로 전환해 22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 세전이익 목표는 40조원 대로 잡고 있다.
SK그룹은 AI·반도체 투자를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 △개인형 AI 비서(PAA)를 포함한 AI 서비스 등 AI 밸류체인을 더욱 정교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또 AI·반도체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7월1일 부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하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위원장으로 보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 대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AI 못지 않은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틀 간 20여 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인 계열사 경영진(CEO)들은 사업 재조정 등 못지않게 그룹 고유 경영체계인 'SKMS'와 수펙스 추구 정신 회복과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SK그룹은 이번 경영전략회의 이후에도 SKMS를 오는 8월과 10월에 각각 열리는 이천포럼과 CEO세미나 등 주요 경영회의체에 토론 의제와 중점 과제로 정해 각 사별 실천 활동을 공유하고 강화하기로 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