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부터 보안망까지…양자암호통신 상용화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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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객이 25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4에서 IBM의 '퀀텀시스템1'을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양자과학기술 발전과 생태계 육성을 위한 글로벌 행사 '퀀텀코리아 2024'가 25일 개막했다. 전세계 11개국 63개 기업·기관과 산·학·연 전문가가 한데 모여 양자 기술 흐름을 조망하고 국가별 양자전략을 논의한다. 올해 행사에는 양자암호통신을 활용한 드론, 카메라, 보안망 등 실생활에 접목된 다양한 상용화 서비스가 전시되며 양자 시대의 본격적 개막을 알렸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양자암호통신은 이미 초기 상용 단계에 들어섰고 10년 이상을 내다본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면서 “현재 60억달러 규모 양자 관련 시장도 매년 20%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양자기술이 상용화되면 인류 삶의 변화 강도는 1차 산업혁명 충격과 맞먹을 것”이라며 “양자 생태계를 지배할 기술 선점을 위한 각국 경쟁과 연대 속에 우리 정부도 양자강국 도약과 주요 어젠다 주도를 위해 2035년까지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양자 분야 중점 육성을 위한 '퀀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양자 생태계 활성화 지원과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양자산업육성법 시행도 앞두고 있다. 투자 규모도 2019년 106억원에서 올해 1285억원까지 늘렸다.

이번 행사에는 양자암호통신 분야 상용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3사 중심으로 양자암호통신 솔루션과 상용장비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다. 각사 부스에서는 양자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를 활용한 다양한 상용 서비스가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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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양자과학기술 트랜드를 집중 조명하는 퀀텀코리아 2024가 '양자로 이어지다'를 주제로 2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참관객이 SK텔레콤 부스에서 드론, 스마트폰 등 일상속의 퀀텀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SK텔레콤은 엑스퀀텀 멤버사와 함께 개발한 차세대 양자암호칩 'Q-HSM'를 선보였다. 하드웨어 기반 양자난수생성기(QRNG)와 소프트웨어 기반 PQC가 적용된 세계 최초 양자암호칩이다.

AI 카메라와 군용드론, 월패드에는 양자암호칩이 탑재돼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서 보안성을 대폭 강화했다. 카메라 객체인식시 민감한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고 드론 조종·통제시 해킹 탈취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드론작전사령부에 이같은 기술을 도입했으며 경동나비엔과 양자암호칩을 적용한 월패드 납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KT는 하이브리드형 양자보안망을 전시했다. 복제 불가능성에 기반한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한 QKD와 수학 난제 알고리즘 기반의 PQC가 상호보완 역할을 해 보안성을 대폭 강화했다. 신한은행 본점과 강남별관 지점을 연결하는 통신망을 통해 성능을 검증했다.

회사는 부스에서 국내 최장거리 10km에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무선 QKD 시스템도 소개했다. QKD 기술을 활용한 '퀀텀-드론'은 강원도청에 도입돼 지자체와 군부대 간 재난대응 협력에 활용된다. 자율주행차 해킹 위협 대응을 위한 기술도 제주에서 실증 중이다. 산업기밀 유출 방지를 위한 퀀텀 VPN과 AR글라스는 현대중공업에서 실제로 사용 중이다.

LG유플러스도 클라우드용 통합 계정관리 솔루션 '알파키'를 처음 선보였다. 알파키는 PQC 기반 생체인증으로 로그인 보안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오는 9월부터 기업고객 대상으로 오픈 베타 버전을 공개한다. 국가정보원의 보안기능확인서를 발급 받은 가상사설망 솔루션 PQC-VPN도 전시됐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양자기술은 상용화가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패권을 좌우할 전략기술로 급부상했다”면서 “대규모 연산으로 난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존 암호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 만큼 양자 기술력 여부가 국방·산업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