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에서 태권도장을 운영 중인 한인 가족이 성폭행 위기에 처한 여성을 다 함께 구해낸 사연이 화제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이먼 안(20) 씨는 지난 18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휴식을 취하다 여성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같이 있던 가족 모두 비명을 들었고, 이들은 즉시 도장을 뛰쳐나갔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가족들 귀에 잠시 후 더 긴박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에 아버지 한 안(59)씨는 옆 건물에 있는 휴대폰 판매점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 곳에서 여성의 입을 막고 몸을 만지고 있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위급상황임을 인지한 아버지 한은 곧바로 남성의 옷을 잡아채 제압하려고 했다. 남성은 몸부림치며 셔츠를 벗어버렸지만, 이어 한은 바지까지 잡아채 버렸다.
태권도 8단의 유단자인 한에게 저항하던 남성은 한의 팔과 목을 물어 빠져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는 태권도 4단인 아들 사이먼과 크리스티안(18)이 있었다. 사이먼은 아버지를 도와 남성을 제압했으며, 동생인 크리스티안은 남성이 탈출할 것을 대비해 가게의 문을 잠그고 가구로 입구를 막았다.
어머니인 홍(55)과 장녀인 한나(22)는 충격에 몸을 떨고 있는 피해자를 태권도장으로 피신시켰다. 어머니와 딸도 태권도 4단으로 유단자다.
텍사스 휴스턴 외곽에서 17년째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안 씨 가족은 다섯 명 모두 유단자로, 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아버지인 한은 태권도 8단에 합기도, 권격도-킥복싱, 해동검도 등 각종 무술을 섭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해리스 카운티 보안관인 에드 곤잘레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리면서 화제가 됐다. 곤잘레스 보안관은 “한 무리의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하루의 안전을 위해 달려왔다.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있어 빠른 조치를 취해준 용인 태권도장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용의자 검거에 앞장선 아버지 안씨는 “(무술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이라도 이런 장면을 목격하면 가서 도와주길 바란다”며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WP에 전했다.
안 씨 가족에 의해 경찰에 인계된 용의자는 알렉스 로빈슨(19)으로 성폭행 미수, 폭행, 불법 감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아버지인 안 씨가 용의자를 처음 발견한 것은 이날 오후 2시께다.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수상한 남성을 본 안 씨는 그가 휴대폰 판매점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예의주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 소리가 들렸다고 아들 사이먼은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