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R&D 예산 회복, 약속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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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전국본부 기자

출연연은 지난해 전에 없던 된서리를 맞았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라는 초유 사태를 경험했다. 올 한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내년 기관 살림살이도 걱정한다. 예산이 다시 회복돼 뜻하는 연구에 힘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정부는 여러 차례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대통령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여러 고위인사가 R&D 예산 회복, 역대 최대 경신을 공언했다. 그러나 예산이 구체화되기 전에는 이런 공언도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연구 현장을 지배한다.

한 출연연 예산 담당자는 “세수 부족은 누구나 아는 얘기 아니냐”며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회복, 확대 공언을 선뜻 믿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심지어 내년도 예산안을 꾸리면서 다른 출연연 동태를 꾸준히 살폈다고 털어놨다. 예산 수준을 남들만큼 유지해 혹시 모를 정부의 등쌀을 피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정부 신뢰가 옅어 생긴 슬픈 자기검열이다.

이런 불신은 지난해 출연연을 비롯한 연구현장이 겪은 고초에서 비롯됐다. 연구현장은 지난해 예산을 나눠먹고 갈라먹는 방만한 조직으로 매도됐다. '카르텔'로 지목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세상에 문제가 없는 곳은 없다. 출연연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적절한 개선안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가차없는 조치가 뒤따랐다.

묻지마식 예산 삭감은 연구 현장 일부가 아닌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전해줄 수밖에 없다. 이는 출연연 연구 현장에 짙은 모욕감을 새겼다.

한 출연연 연구원은 “국가의 죄인이 돼버렸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인 앙금이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리 없다. 해소가 절실하다. 그리고 매듭을 정부가 풀었으면 한다. 정부가 공언한 내년도 예산의 역대 최대 경신, 그것이 시작이 될 것이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