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익선(高高益善)'. 취재의 기본 중 기본이다. 가능하면 기업·기관 제일 높은 책임자를 취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 의사결정자인 최고경영자(CEO)의 말만큼 신뢰도와 정확도가 높은 말이 없다는 의미다. CEO의 발언은 기업·기관의 방향타를 제시하곤 한다.
지난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미국에서 퀄컴, 메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 대표과 회동해 귀국이 더더욱 주목받았다. 이 회장은 출장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열심히 해야죠”라고 짧게 답했다.
이 회장이 출장 중에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고 알려진만큼 귀국 현장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지 모른다는 기대감은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앞서 이 회장은 5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봄이 왔네요”라고 말했다. 당시 이 회장 발언 의미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했다. 반도체 호황을 암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고, 단순히 날씨를 언급했다는 관측도 있었다. 정확한 의도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 회장 뿐만 아니라 CEO 대부분 입이 무겁다. 그럴만한 이유를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무엇보다 CEO라는 무게와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의 말 한 마디가 기업은 물론 구성원, 그리고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
흔히 '침묵은 금, 웅변은 은'이라고 한다. 쓸데없는 논란과 억측을 야기할 바엔 차라리 말을 아끼는 게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겸손과 신중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확신에 찬 CEO 발언으로부터 비롯되는 자신감과 확신 등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해 주요 CEO들의 자신감 넘치는 사자후를 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