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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챗GPT라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래 사람들은 이 신기술이 실생활에서 선사하는 편의를 구체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아직 발전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 전개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AI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에 이 혁신적 기술이 경쟁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없는 지도 빠뜨릴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시장이 채 형성되기도 전에 규제 방안부터 고민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지만 필자처럼 경쟁정책에 관심을 둔 이들에게는 일종의 직업적 습성처럼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다.

챗GPT가 등장한지 얼마지 않아서 이 AI에게 자신이 속한 시장이 어디인지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시장 지위가 독점적인지가 판명되고 규제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질문은 인간이라면 곤혹스러울 수 있는 흥미로운 것이었다. 결과가 궁금해질 시간도 없이 챗GPT는 이내 '자연어 처리 및 생성에 관한 디지털서비스 시장'이라는 그럴듯한 답변을 내 놓았다. 하지만 더 눈길을 끈 것은 그에 부연한 설명이었다. 자신이 속한 시장을 그리 보더라도 사안마다 특수성과 시장 역동성을 함께 고려해 최종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칫 자신을 옭아맬 수도 있는 질문의 난감함을 피해가는 영리한 답변이라는 점에서 놀라웠다. 물론 당시 버전이 3.5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답변을 과대평가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 AI가 반복된 학습으로 스스로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답변을 내어 놓을 시점이 멀지 않았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요 근래 세상 관심사는 온통 AI로 모아지고 있다. 블록체인,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 다른 기술 환경에 비해 AI에 대해 쏟아지는 기대와 우려의 수준은 압도적이다. 각계 우려에도 이 기술은 시민 일상에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기업 경영 전략이나 정부 규제방향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임에 분명하다. 그 변화 가운데 AI 도래에 따라 경쟁 환경에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해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이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플랫폼 시장 참여자들이 경쟁을 회피해 온 수단으로는 독점이나 담합 등 반칙 행위들이 꼽혀왔다. AI에 관해서도 인간이 알고리즘을 조정하거나 이를 통해 경쟁보다 공유 및 협력 사업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이런 전통적인 반칙 일종으로 규제될 수 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런 반칙의 출현 경로나 효과, 그에 따른 법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일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AI가 가격 등 거래조건에 관한 정보에 접근해 상호학습하는 과정에서 협력 이점을 중시하고 경쟁을 회피하는 것을 최선의 전략이라고 판단하거나, 개별 소비자마다 그 취향이나 경제 여건을 감안해 서로 다른 거래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인간 혹은 기업 책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문제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AI 결정에 대한 기업 책임을 부인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AI는 그것을 활용하려는 기업 이익추구 방식과 성향, 그리고 종래 경영전략에 대한 학습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 그 이유다.

우리 경쟁당국도 AI가 소비자 선택 가능성에 중점을 두는 사업 전략을 수립할 것인지, 영리성 제고를 최우선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인지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기업에 AI는 유용한 전략적 수단이자 스스로에 대한 부담스러운 거울일 수 있다. 향후 AI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학습 결과를 표출할 것인지가 경쟁 정책 향방을 결정하게 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hinys@k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