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한결 홀가분한 모습으로 다시 미디어 앞에 섰다.
민희진 대표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와의 갈등에 대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법원이 대표이사해임안의결금지가처분을 인용하면서 배임 혐의에서 벗어난 민희진 대표는 앞선 기자회견과 달리 밝은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섰다.
민 대표는 "첫 기자회견에서 한 달정도가 지났는데 그 사이에 겪은 일들은 내 인생에서 다시 없었으면 좋겠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지금은) 좀 더 가벼운 마음이다"라고 이를 인정했다.
더불어 그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냉정한 시각에서 보려했던 분들, 지지해준 분들이 너무 고맙다. 그분들 때문에 이상한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일이 잘 풀리고 정리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이 분들에게 보은을 할 생각이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처럼 감정적인 안정을 되찾은 덕인지, 민 대표는 욕설과 비속어를 섞어가며 하이브에 날선 분노를 표출했던 첫 기자회견과 달리 한 발 물러서서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모양새였다.
민 대표는 "나는 하이브 자회사 소속이지만 어도어 대표이사다. 자회사 대표이사의 역할이 모회사와 이해상충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처음 배임이라고 했을 때 '이게 어떻게 배임이 될까?' 의문이 들었다. 나는 내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라며 "나는 뉴진스와 내가 구상했던 계획을 문제없이 진행했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하이브도 이 말을 들을건데, 타협점을 잘 마련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누구를 위한 건지, 뭘 위한 싸움인지도 모르겠다. 감정적인 부분을 내려놓고 다시 이야기 해야한다. 그게 경영자 마인드고 인간적으로도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이브에게 손을 내밀었다.
더불어 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빌어 그간 논쟁이 있던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을 비롯해 자신의 경영 철학과 뉴진스와의 관계 등에 대해 장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먼저 '뉴진스 뒷담화'나 '배임은 아니나 배신' 등에 대해서는 '기억도 나지 않는 무가치한 논쟁', '말장난은 하고 싶지 않다'라고 일축했다.
또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아일릿의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언급을 그만 해야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나는 일관된 사람이고, 갑자기 생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여 여전히 의혹이 남아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민 대표는 이날, 자신의 경영 철학을 알리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민 대표는 "앞선 기자회견은 분노가 가득해서 막말을 많이 했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막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경영과 투자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말한 건 투자나 M&A에 관심이 없고, 부대표의 말을 들은 것도 그쪽에 문외한이라서 그런 거다. 그런데 경영은 솔직히 내가 잘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엔터 사업이 참 어렵고 희한하다. 사람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성장이 갑자기 가파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그래서 노하우가 있어야 된다. 또 그래서 프로듀싱과 경영은 분리되면 안된다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예를 들어 뉴진스가 전국 대학교 축제를 다니는 이유도 예전부터 기획한 거다. 지방에서도 뉴진스를 보고 싶은데 콘서트를 할 수 있느 ㄴ여건이 되지 않아 갈 수 있는 게 이런 대학 축제밖에 없다. 또 월드투어를 앞두고 무대 경험을 쌓아야 했다. 실제로 유명 페스티벌의 분위기와대학 축제의 분위기가 비슷하다. 여러가지로 장점 들만 있는 데, 대학 축제를 보내면 돈 별려고 애들 뺑뺑이 돌린다고 욕을 한다. 그런 오해를 풀고 우리의 진심을 보여주려면 기부 밖에 없다. 그래서 기부를 했다. 이런 점에서 내가 경영인이 아니면 판단을 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프로듀싱과 경영이 맞물리면 그 시너지가 엄청나다. 이미 (뉴진스로) 가속이 붙었고 이게 계속 이어지면 어디까지 갈지 나는 그런게 너무 궁금하다"라며 "나는 고착화 되는 게 싫었다. 우리같은 스타일이 많아지면 우리도 먹기 힘들어진다. 다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는 걸 원한다. 우리는 제작비가 왜 많이 안 드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제작자 출신이라 쓸데없는 데에 돈을 쓰지 않는 거다. '하입보이'가 나올 때도 뮤직비디오 한 편 찍을 돈으로 네 편을 찍었다"라고 제작자 겸 경영인으로서 자신의 철학을 피력했다.
길고 긴 이야기의 결론은 결국 하이브와의 화해다. 하이브의 협상 제안에 응할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곧바로 '당연하다'고 답한 민 대표는 "하이브와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같다. 좋게 좋게 잘 진행이 될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다. 그래도 서로 펀치를 한 대씩 때렸으니까 됐다고 생각하고, 끝냈으면 좋겠다. 내 인센티브 20억 원도 여기 변호사 분 한달 수임료로 끝났다"라고 농담을 덧붙이며 웃었다.
이어 그는 "애초에 내가 시작한 분쟁이 아니다. 내가 뭘 할 수 있나? 그래도 이 분쟁을 더 길게 끌고 싶지 않다. 미래를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너무 괴로운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도 한 수 접을 테니까 타협점을 찾자는 이야기다. 경업금지 독소조항만 아니면 나는 금전적 타협을 할 의향도 있다. 이건 앞으로 내 행보를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미래를 위해 좋게 생각해주면 좋겠다"라고 하이브의 화답을 기대했다.
다만 하이브가 민 대표의 손을 다시 잡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앞서 민희진 대표가 신청한 대표이사해임안의결금지가처분이 인용될 당시 하이브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면서도 "법원이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하여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던 것은 분명하다'고 명시한 만큼, 추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혀 법정싸움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또한 하이브 측은 기자회견 직후 '오늘은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에는 별다른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이들의 갈등의 행방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