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K팝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댄스 챌린지 등 K팝 댄스 및 안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저작권 강국 실현 4대 전략의 일환으로 음원 저작권뿐만 아니라 안무 저작권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음악 방송에 안무가 이름을 명시하는 등 성명표시권을 보호하고 저작권 등록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작곡가나 작사가와 달리 안무가들은 권리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수익 배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전까지 안무 저작권을 보호받기 어려웠던 것은 체계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과 플랫폼이 부재한 까닭이 컸다. 소설, 웹툰, 음원 등 기존의 다양한 창작물들은 국가의 다양한 문화산업 연구 지원을 통해 저작권 보호를 위한 핵심 기술이 개발되고, 이들 기술을 활용해 실제 산업에 적용될 정도로 높은 성숙도를 보여주고 있다. 기술적 지원을 통한 저작권 보호는 실제 창작자의 수익 권리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시스템적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확인 및 규제하는 등 국내 문화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안무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 콘텐츠 기술의 개발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모션 캡쳐 기술 발전으로 안무가의 빠르고 다양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기록할 수 있게 됐다. 또 안무가의 동작을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는 정교한 소프트웨어 도구도 상용화되고 있다. 이러한 K팝 댄스 및 안무에 대한 디지털 전환 기술의 성능 발전과 접근성 향상은 안무 저작권 관련 논의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안무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KAIST는 국내 최고의 댄스 기업인 원밀리언과 EBS,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함께 K댄스 교육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댄스 측정기술을 기반으로 강사의 동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인식·기록·분석해 교육 수강생의 동작과 비교함으로써 맞춤형 댄스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강사와 교육 수강생의 관절 별 동작 유사성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는 핵심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후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안무 간 유사 패턴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도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K팝 댄스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핵심 기술들은 향후 안무 저작권 보호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무 저작권은 단순 동작부터 반복 동작까지 포괄적인 범위를 가지고 있어 창작성을 인정받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K팝 음원과 조화를 이루는 안무 구성, 상징적인 자세와 동작의 반복 패턴, 속도 등을 데이터화 할 수 있다면 이는 향후 안무가들의 창작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권 침해 사례를 객관적으로 식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최근 생성형 AI 기술 발전은 안무 저작권의 중요성을 더욱 증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 유수 연구기관에서는 기존 안무가의 모션 데이터를 학습한 안무자동저작 모델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를 학습하기 위한 데이터로는 기존 다양한 안무 비디오가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둘러싼 뉴욕타임즈와 오픈AI사의 법정 다툼과 같이 무단 학습을 통한 안무가의 창작 권리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 앞으로 고도화된 안무 동작 분석 기술과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이 안무 데이터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의 무단 학습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로 무장한 K팝 댄스는 K팝 시장의 성숙도와 맞물려 중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안무 저작권 보호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K팝 댄스 및 안무의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 기술 개발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로, 향후 관련 정부 기관의 체계적인 정책 및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은 국제적인 안무 저작권 합의와 규정을 강화하고, K팝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윤상호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sangho@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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