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부터 2022개정교육과정,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1인 1디바이스 보급 등 디지털 기반 교육이 전면 실시된다. 에듀플러스는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이 불고 올 공교육 전반의 변화를 살펴본다.
#교실1
전라남도 여수의 초등학교 3학년 미술 시간. '우리 고장'에 관해 배우는 사회 과목과 연계한 디자인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사회시간에 배운 우리 고장 여수를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을 그려본다. 여수에 관한 디자인뿐 아니라, 관광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여수 기념품 디자인도 구상한다. 이어 줌(zoom)을 활용해 경상남도 김해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 교실과 연결한다. 여수와 김해 학생들이 함께 디자인과 기념품을 공유하고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실2
전라북도 전주의 초등학교 6학년 국어 시간. 4명씩 모둠을 구성한 학생들이 함께 시를 쓰는 수업이다. 혼자 시를 짓는 수업은 조용하기 마련이지만, 학생 4명이 모여 시 창작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니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완성한 시는 팀 보드에 올려 반 친구들과 공유한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2024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미래교실'이었다. 디지털 기반 환경을 갖춘 미래교실에서 이뤄질 수업이 어떤 모습일지 관심을 모았다. 2월부터 미래교실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한 장혜란 부영초 교사, 장지현 안심초 교사, 허정수 초포초 교사에게 디지털 기반 교육 환경이 가져올 교실 속 변화를 물었다.
디지털 기반 교실 환경이 공교육에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교사들은 다양한 과목을 융합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기존 수업이 과목별로 분절된 활동을 했다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면 다양한 과목과 융합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지현 교사는 평면도형을 배우는 수학 시간에 에듀테크를 활용해 사회 과목을 연계한 수업을 마련했다. 장 교사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사회 과목에서 배운 우리 고장의 다리, 도로, 산 사진 속에서 도형을 찾아보는 활동을 해 봤다”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수학 수업을 사회 과목에서 배운 고장의 모습을 통해 공부하니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동안 교사가 주도해 수업을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학생이 수업에서 배우는 정보와 지식을 디지털 기기로 주도적으로 찾아보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교사와 친구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간 협업 수업이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허정수 교사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도입되면 인간만이 가진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며 “소통과 협업은 미래 세대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중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국어 시간에 시를 짓는 수업도 친구들끼리 함께 의견을 나누며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내 디지털 환경 구축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학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역할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교생 60명 이하, 한 학년 평균 학생 수 10명 이하인 지방의 작은학교에 대한 교육 연결과 확대는 대표적 사례다.
2024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 미래교실에서 진도서초 등 작은학교 학급과 줌 수업을 진행한 교사들은 디지털 환경이 교실에 조성되면 소인수 학급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인수 학급은 학생간 소통이 부족하고 학습 결과를 공유하는데 한계가 명확했다.
장혜란 교사는 “미술 수업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중요한데 소인수 학급은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여러 친구의 작품을 볼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다”면서 “줌 수업을 통해 소인수 학급 학생들이 같은 활동을 한 친구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정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린스마트스쿨을 통해 2025년까지 초·중학교 전체 교실의 와이파이 조기 구축을 달성한다. 교원의 노후화된 PC·노트북 20만 대를 교체하고, 온라인 교과서 선도학교 1200곳에 교육용 태블릿 PC 24만 대를 지원한다.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 통합 플랫폼 구축도 진행 중이다. 내년까지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 1인 1디바이스를 보급한다.
디지털 환경 개선뿐 아니라, 획일화된 교실의 모습 또한 바뀌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실에 디지털 환경 개선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모양과 크기가 정형화 되어 있는 교실 공간을 넓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교사들은 디지털 환경 구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계 전체가 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 환경이 갖춰진 교실에서 과연 어떤 수업을 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 볼 시점이라는 것이다. 장지현 교사는 “미래교실 수업을 준비할 때 효과적인 디지털 기기 활용에 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정작 학생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미래교실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지였다”면서 “에듀테크가 교육의 목적이나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수 교사는 “일상에서 숨 쉬듯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디바이스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서 학습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디지털 환경이 갖춰져 학습자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지면 학생들의 강점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