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마다 있는 정수기는 1998년 국내 모 회사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렌털 비즈니스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욕실용품을 넘어 환경 가전, 가구 부분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으나 그 출발은 정수기 제조와 판매였다.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Product Servitization), 서비스의 상품화(Service Productization)를 포괄하는 개념인 서비타이제이션은 전통 제조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되며, 제품에 다양한 서비스를 융합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1988년 Wandermerwe & Rada의 연구에서 최초로 제시됐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 후반부터 인공지능(AI), 3차원(3D) 프린팅,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중소기업 스마트팩토리 보급사업과 맞물려 서비타이제이션 개념이 확산됐다. 2010년 초 기존 산업 설비, 가전제품 제조기업이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부착한 비행기 제트엔진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AI를 통해 예측 서비스를 제공했던 사례가 서비타이제이션의 대표적인 예시로 회자되곤 했다.
그러나 이후 몇 년간 서비타이제이션에 대한 논의는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우리 삶과 산업에 접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니즈를 예측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제품 자체에 지능을 불어넣는 디지털 서비타이제이션은 지난 3월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 베타버전12 소프트웨어(SW)를 출시하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FSD 베타버전12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신경망을 활용해 테슬라의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기존 프로그래머가 자율주행의 개선 요구사항이 발생할 때 마다 코딩 라인을 추가해 30만 줄에 달하는 복잡성을 해결했다는 평가다. 향후 테슬라는 자사 FSD 서비스를 테슬라 차량 외에 다른 자동차 업체에 구독 서비스 형태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국내 중소 제조기업도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타이제이션 전략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AI 기술을 활용해 단순히 제품의 기능과 품질을 개선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생성형 AI 기술을 기존 제품에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맞는 AI 모델 개발과 기존 중소 제조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컨설팅,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와 같은 AI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중소 제조기업의 서비타이제이션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국내 주요 지역에 거점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은 AI 집적지와 중·남부권의 전통 제조 기반 지역의 기업 간 매칭 및 교류를 통해 신뢰성 높은 산업 데이터 구축과 AI 솔루션 개발, 실증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위주 AI 랠리 속에서 국내 중소 제조기업이 AI 기반 서비타이제이션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는 'AI+매뉴팩처링'을 기대해 본다.
정원중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AI산업팀장 stephenwj@gb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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