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기기 수요 증가를 비롯해 혼수·이사 시즌 등 성수기를 맞아 반등을 노리는 국내 가전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재화 소비 수준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에서 가전제품이 15개 제품군 중 14위로 낮았다. 가전제품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 등에서 매월 판매액을 조사해 작성하는 통계 지수다. 최종수요자에게 판매한 실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소비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품목은 낮은 수치를 보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분기 국내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87.1로 지난해 4분기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전 분기 대비 증감률은 8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같은 기간 전체 품목 소매판매액지수는 103.1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고물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가전제품을 포함한 내구재 지출을 줄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가전제품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이사 수요까지 둔화되며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했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식료품과 같이 필수소비재 가격이 상승하며 가계가 당장 교체할 필요가 없는 내구재에 지출할 여력이 줄었다”며 “팬데믹 기간 집중적으로 교체 수요가 몰렸던 가전제품은 소비심리 회복이 다른 품목보다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소비심리 위축은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보단 중견·중소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사업 비중이 높아 △완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승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프리미엄 제품 중심 수요 회복 등에 따른 수출 호조세에 편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견·중소기업은 성수기인 2분기 신제품 출시, 재고관리를 통한 효율성 제고 등으로 내수 침체 국면을 돌파할 계획이다.
중소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 수요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지난해 이어 올해도 경기침체가 심각하다”며 “유통 재고를 매주 확인하며 재고관리를 이전보다 꼼꼼하게 하고 계절 맞춤 신제품 출시 등 극복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김인철 기자 aupfe@etnews.com